우리는 흔히 가장 빈곤한 계층이 가장 많은 사회적 지원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분의 경우 그 반대의 경우가 더욱 많다. IMF로 전국민이 어려움을 겪던 시기에 수 십 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지만 정작 실업자 및 어려운 국민을 위해 사용된 금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 심해진 계층간의 갈등과 반목 또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개인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보다는 자손에게 물려주는데 익숙한 우리의 사회적 정서, 기부문화에 인색한 우리 사회의 풍토 또한 삶의 가치를 풍요롭게 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다.
그런 점에서 조선의 거상 임상옥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죽기 직전 자신의 재산을 모두 사회에 환원하면서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이란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뜻이다. 재물을 독점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비극을 맞을 것이며, 저울과 같이 바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재물에 의해서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교훈이다.
누구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가치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여러 가지 목적과 존재의 이유를 늘어놓게 된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서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특히 이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이 추구해야 할 정신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신이 지닌 재능이나 물질을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더불어 공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와 관련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아직 선진국의 수준에 비하면 일천한 수준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체계적인 기부운동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며,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자연자원과 문화자산을 확보해 영구히 보존·관리하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 그리고 수임료·연봉·인쇄·음반 판매 등 수입의 1%를 기부하는 새로운 나눔의 문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등 각각 방법은 다르지만 기부문화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부문화운동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며,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든다. 일회성이 아닌, 나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는 생활 속의 실천운동이야말로 우리가 간직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참된 행복의 지름길이다.
양명학(陽明學)의 기본 이념은 ‘사람마다 양지(良知)를 타고 태어났으나 물욕에 가리어 흐려지므로 그 장애를 제거하고 지행합일(知行合一)을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의 힘만 넘쳐나고 정신이 황폐화되는 이때 ‘양심을 물욕에 가리어 흐려지지 않게 하고 지행합일을 꾀해야 함’은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간직해야 할 우리 사회의 윤리이다.

■약력
- 서울대학교 사회학 학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수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충북대학교 명예경영학 박사, 합동통신 부사장, 두산컴퓨터 사장,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제 46차 세계광고주대회 조직위원회 위원장
- 현재：한국케이블컴 대표이사 회장, 한국광고주협회 회장, WFA아시아태평양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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