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등 놀이를 통한 색깔인식 교육 모습.
실천하는 봉사 ⑤ ‘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 실습’ 강좌에서 운영하는 ‘동작발달 교실’을 찾아

우리 대학 체육대학 생활체육학전공 ‘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실습’ 강좌의 수강생들은 매주 한번씩 강의실 밖으로 나간다. 한 주간 강의실 안에서 열심히 배움에 정진하고, 그 배움을 현장과 접목시키기 위해서이다. ‘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내에 마련 된 ‘동작발달 교실’이 그 현장으로, 이번 주 ‘단대신문사 현장을 가다’에서는 캠퍼스를 봉사활동 터전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동작발달 교실’을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 아이의 관심을 유도 중인 학생들.

매주 2회 체육대학 배구장에 문 열어, 체육학술진흥사업 연구과제에도 선정 돼

뉘엿뉘엿 안서호반으로 영근 가을 해가 저물었지만 아이들의 놀이는 그칠 줄 모른다. 20명의 ‘동작발달 교실’ 선생님(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 수강생)들의 등줄기에는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아이들도 연신 이마의 땀방울을 훔쳐낸다.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엔 하루의 양식을 다 얻어 집으로 돌아가는 산새의 ‘소박한 일상’처럼 어느새 평화(平和)가 깃든다.

지난 21일 오후 7시, 우리 대학 체육대학의 ‘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 실습’(담당 김지태교수)’ 강좌에서 마련한 ‘동작발달 교실’의 현장 모습이다.

‘동작발달 교실’은 정신지체, 발달장애 아동이 각종 동작을 이용한 교육으로 정서 및 사회성발달 능력은 물론 인지능력, 지각운동능력도 키우고, 더불어 창의성과 심미감 등도 갖추게 하는 교실로 김지태 교수가 미시간 주립대학교에서 특수체육학을 공부하면서 생각해낸 ‘놀이 기반 강의법(Play oriented teaching method)’이론에 따라 수업이 진행 된다.

‘놀이 기반 강의법’은 체육대학 배구장을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고 첫 번째 영역은 걷기, 달리기, 점프 등의 이동성 기술영역, 두 번째는 리듬막대를 이용한 춤, 무용 영역, 세 번째는 구르기 등의 마루운동 영역, 네 번째는 공을 받고 던지는 영역으로 나뉘어 영역별 15분씩 교육되며 1:1 방식으로 실시된다.

이를 위해 ‘유아아동체육프로그램 실습’ 강좌를 수강하는 63명의 수강생은 ‘동작발달 교실’의 선생님이 되고 수강생들은 A반 8개조, B반 5개조로 나눠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오후 5시 20분부터 7시까지 ‘동작발달 교실’에 참여한다.

취재기자가 찾은 오후 5시경, 이날은 배구장이 공사 중인 관계로 유도장에서 아이들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도장을 빨간색 끈으로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눈 후, 각 조별 봉사자(선생님)들은 한 구역씩 맡아 그동안 학습한 교육방법에 필요한 교구(敎具)를 설치하고 있었다. 교구 설치가 끝난 15분 후, 부모와 함께 아이들이 한 명 두 명씩 들어왔다.

▲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아이들.

아이들을 웃음으로, 포옹으로 맞이하는 선생님들. 아이들은 7세에서 10세 이하로 정신지체나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다. 처음엔 다소 쭈뼛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천방지축이다. 선생님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구역으로 이끈다.

5시30분, 아이들이 모두 도착했고 드디어 수업이 시작됐다. 1조는 아이들에게 색깔 인식을 위한 신호등 놀이를 했다. 네 명의 선생님들이 각각 한명씩 아이의 손을 잡고, 조장 선생님이 동그란 빨간 종이를 들고 빨간색에는 정지해야한다는 설명을 하는 동안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딴청’이다. 딴청만 부리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떤 녀석은 선생님의 손을 빠져나가 ‘포레스트 검프’처럼 마구 내달렸다. 그러면 선생님이 달려가 겨우 붙잡아 다시 원위치.

선생님 도우미로만 나선 취재기자는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식은땀이 흘렀다. 그때 어느 조에선가 빠져나온 남자아이(이주영)가 다가와 있었다. 그래서 주영이를 다시 조에 돌려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웃음으로 다가가려는 순간, 주영이는 바람처럼 뒤돌아 내빼버렸다.

이런 ‘돌발상황’들을 정리하고 수업을 원활하게 이끄는 역할은 팀장인 김별 군과 장태준(이상 체육대학· 생활체육학 전공· 4) 군의 몫이다. 조별 활동 중 구역을 이탈하는 아이는 없는지, 혹은 경미한 사고라도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 전체적으로 팀을 관장한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수시로 보이기 때문에 이들의 발걸음이 제일 바빴다. 김 군은 뿅망치를 들고 구역을 넘나들며 “이 빨간 선을 나오면 뿅망치야”라고 재롱석인 으름장(?)을 놓았다.

자식의 이런 모습을 부모는 수심(愁心)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민찬이의 아버지는 “감정 조절이 잘 안되는 아이에게 아버지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줘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와서 보니 우선 아이의 기분을 맞춰가며 놀아주는 선생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함께 어울려 뛰어노는 우리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아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 뱉었다.

개구리 모자를 쓰고, 얼굴엔 짓궂은 웃음이 그치지 않는 준표의 어머니는 “아이가 이곳에 와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이곳에서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아요. 선생님들이 너무 고맙고, 이 고마운 마음 잊지 않을 거예요. 아이들도 확실히 맡아주시니 안심도 되고요. 처음엔 망설였지만 동작발달 교실에 데리고 나오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발달 정도가 해당 연령대보다 25% 가량 뒤지게 되면 발달장애라 말한다고 한다. 세분하면 운동발달 지연과 언어발달 지연, 전체적 발달 지연 등으로 나눌 수 있고 뇌발달 장애로 정신지체 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지체나 발달장애의 근본적인 치유는 어렵지만, 아동기부터 조기 훈련과 교육, 치료에 힘쓰면 IQ도 높아지고, 성장 후엔 단순직종의 직업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김지태(체육대학·생활체육학전공) 교수는 이런 장애아동의 동작 및 정서발달을 유도해 교정, 발달, 치료, 사회화 등 실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종합 교육의 일환으로 지난 학기부터 ‘동작발달 교실’의 문을 열었다.

‘동작발달 교실’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만 유익한 것은 아니다. 선생님으로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아이들과의 체험학습을 통해 강의실 안에서 체득하지 못한 행동양식, 심리양태 등 다양한 배움을 익히고, 그에 따른 적절한 교육방법을 모색하여 실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정신지체, 발달장애인들의 복지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만 돌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와 국가가 함께 힘써야 하죠. 이 강좌를 개설 한 것도 장애복지에 일반학생들이 좀더 관심을 갖고 수업을 통해서라도 직접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장애아동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수업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일도 열성으로만 꾸려가기엔 숨이 턱에 찬다. ‘동작발달 교실’은 ‘2006년도 체육학술진흥사업 연구과제’ 로 지난 3월 선정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유아교구가 부족해 과내 일부 기금으로 마련하고, 그래도 부족한 것은 학생들이 직접 제작해 활용하고 있다. 부족한 재원 탓에 1학기에는 4월부터 7월까지만 문을 열었고, 이번 학기에도 9월부터 11월까지만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 대학, 천안시가 연계 된 지원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이 조금씩만 관심과 힘을 보태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상설 학교로 운영되어 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이 시대를 이끌어 가는 3자(者)의 책무 아닐까.

캠퍼스로 만추(晩秋)를 재촉하는 저녁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어느덧 교실의 문을 닫아야 할 시간이 되었다. 취재기자는 준표에게 훌라후프를 들고 다가갔다. 준표는 훌라후프에 관심이 가는지 선뜻 손을 내밀었다. 하나씩 허리에 감고, 돌리기를 했다. 준표는 예상 밖으로 잘 돌렸다. 훌라후프는 준표의 허리에서 천천히 궤적을 그리며 준표와 함께 하고 있었다.

마치 ‘동작발달 교실’이 그와 함께 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