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역사이야기 ⑤ 20세기 중국의 공자(孔子) (하)
공자(孔子)의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통치
‘중화문화’를 전파하는 상징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중국학계에서는 공자를 고대의 위대한 사상가이며 역사진보의 편에 서서 인민의 이익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주류였다. 건국 후 유교가 처음 정치적 이슈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51년 「우쉰(武訓)전」 비판이다. 청말 태평천국운동이 한창이던 무렵 산동지역에서 교육활동에 헌신한 우쉰이란 빈농의 미담을 그린 영화가 혁명투쟁보다 교육구국에 중점을 두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1953년에는 신유가로 공산당정부에 참여한 양수명 사상비판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공자는 비민주적인 봉건지주계급의 사상가로 매도되었다. 마오쩌둥(毛澤東)은 개인을 정치적으로 공격할 때면 공자에 대한 평가를 들추어냈을 뿐 아니라 공자까지도 비판 대상으로 삼았고,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답습되었다.
그 대표적 사례가 1966년 이후 십년간 계속된 문화대혁명이다. 이 기간 동안에는 과거의 풍습, 습관, 사상, 문화의 타도를 외치며 전통적인 것이라면 모조리 파괴하였다. 지금까지 공자를 높이 평가했던 사람들은 모두 비판 타도되었으며, 권력투쟁의 수단으로 유교도덕을 언급했던 사람들도 공격대상이 되었다. 특히 4인방(四人幇)이 추진했던 1974년의 ‘비림비공(批林批孔)’운동은 건국이후 공자비판의 집약이었다. 이 비판운동에서 공자는 ‘노예제를 옹호하는 고집불통의 사상가’로서 역사적 반동성이 강조되었다. 4인방이 린뱌오(林彪)와 공자를 싸잡아 문제 삼았던 것은 린뱌오가 족자에 썼다고 알려진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구절이었다. 이 구절이 자본주의를 부활시키고,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반대하며, 계급투쟁에 반대하는 사상으로 비판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의도는 당내의 대유(大儒) 곧 저우언라이(周恩來)를 축출하려는데 있었다. 말하자면 이 시기의 공자비판은 정치적이라기보다 정쟁적인 의미가 더 컸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대외개방, 자유화의 방향이 정착된 1980년대에 들어서 공자 재평가의 움직임이 뚜렷하였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의 중국에서는 스승의 날을 공자 탄생일인 9월 28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공자와 관련된 행사는 주요 국사로 변하였고, 중국 전역에서 유가 경전읽기 운동이 활발하다. 개방이후 ‘계급투쟁 지상주의’가 퇴색되고 공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가 정치적 응집력과 질서안정에 도움을 줄 새로운 통치이념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현상은 1930, 40년대 장제스가 활용한 문화적 보수주의를 중국특색의 사회주의체제에 접목시켜 ‘문화적 민족주의’로 재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세기 존공과 비공의 오르내림 속에서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었던 공자가 21세기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기 위한 키워드로 다시 떠올랐다.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 체제이후 도덕정치와 중화민족의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운동이 강조되고, 현재의 후진타오(胡錦濤) 체제도 유가사상에 기초한 ‘조화로운 사회건설’과 ‘사람을 근본으로 하는 통치’를 국정이념으로 내세웠다. 혁명시대에 애써 지워버린 공자에 대한 기억이 실용시대에 되살아나 이제는 전 세계를 향해 ‘중화문화’를 전파하는 상징으로 다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 것이다.
이재령<문과대학> 교수
이재령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