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김재관·장두식(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의 『문학 속의 서울』

서울 속의 삶을 문학이 관찰하고 형상화하다

《문학 속의 서울》은 단국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동양학연구소의 김재관, 장두식 연구교수가 2007년에 낸 책이다. 이 책은 단대신문에 2003년 3월부터 2006년 6월까지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연재된 〈TEXT 서울〉이라는 문화기획 시리즈를 재정리하여 출판한 것이다. 연재기간 동안 기획시리즈를 읽으면서 하나하나의 문학작품이 ‘서울’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들을 같이 응시하며 느낄 수 있는 애잔함과 서울시민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을 통해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즐거움도 주었던 시리즈였다. 특히 놓쳐버린 TEXT 서울을 일일이 찾지 않고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기 때문에 책의 발간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이 책을 읽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역시 너는 어려운 책을 읽고 있구나. 하긴 전공이니”라고 말하였다. 제목에 들어있는 문학이라는 단어는 현대인에게 있어 상당히 버거운 용어로 변해버린 것일까? 하지만 이 책에 있는 문학이라는 단어는 문학이라는 단어가 지니고 있을지도 모를 무거움과 버거움보다는 ‘서울’이라는 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서울이라는 공간의 의미, 서울에서의 삶 그리고 서울의 참모습이 부각되어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아닌 풍경으로 ‘서울’을 느끼게 한다.

서울은 근대화의 과정을 아주 짧은 기간에 완성하는 경험을 겪었으며 자신의 덩치를 불려 양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였다. 짧은 기간에 근대화를 이룩한 서울은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현대사회는 사회문제들을 일일이 살필 수 있는 여유를 우리에게 주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병을 알려주는 X-ray처럼 이 책은 문학작품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지니고 있지만 볼 수 없는 문제들을 가리키고 있다.
‘1장 - 당신들의 서울에서 길을 묻다’는 서울의 개발과 그로인해 파생된 소외계층의 이야기들이 주내용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의 폭력은 서울로 몰려든 이농민들과 권력과 자본에서 멀리 떨어진 서울 시민들을 피라미드 맨 아래층으로 밀어내었다. 서울을 바라보는 14개의 작품을 통해 근대화되어가는 서울은 이농민들과 도시 빈민들이 뿌리내리기에는 너무나 척박한 땅으로 변모하였음을 보여준다.
‘2장 - 서울에 뿌리내리다’는 소박한 현대인의 가장 큰 소망인 집마련의 고충과 아파트라는 주거방식이 지니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전통적인 공동체의 주거형태에서 아파트라는 개별성만이 존재하는 주거형태로 바뀜에 따라 현대사회가 지니는 인간소외현상은 이미 ‘서울’이 지닐 수밖에 없는 숙명이었다. 그 문제는 서울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미 골육화 되어버렸다.

‘3장 -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분배과정의 불평등과 군사정권의 폭력성을 동반한 근대화 정책에 대한 것으로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박탈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전세계가 깜작 놀랄 고도성장은 어린 소녀에 대한 착취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노동자들은 인간이기 이전에 산업화라는 거대한 기계를 움직이는 하나의 부품에 지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4장 - 아름답고 행복한 서울의 뒤편’은 서울의 단조로운 일상에 대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얘기나 사회 문제에 대해서 외면하는 중산층의 허위성과 ‘서울’이 자정 기능을 상실한 한국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한국 자본주의 성장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오늘날 화려한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면 한강의 기적이라고,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뒤에 기적을 위해 생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계층의 애환이 있으며 소박한 꿈을 위해 일상의 어려움을 견디어내고 삶을 지속하는 우리들이 있다. 이렇게 일상을 지속할 수 있는 현대인은 역사의 영웅보다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별로 이야기가 묶어져 있어 틈틈이 시간이 날 때 읽기에도 좋다. 일상에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문학 속의 서울》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용기와 희망을 줄 것이다. 서울에서 각각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개개인의 삶을 문학이 관찰하고 형상화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고 많은 작품들이 인용되어 있어 이 책을 읽은 후, 현대도시 서울을 바라보는 문학작품을 역추적해서 읽는 일도 한층 재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유용태(일반대학원·
국문학 전공 박사과정) 원우
유용태 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