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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에이미의 「나는 공부를 못해 」 서평

타인과 같거나 다른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자

10대 주인공 히데미 통해 어른들 세계 유쾌하게 꼬집어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일본 문단에서 요시모토 바나나, 에쿠니 가오리와 함께 3대 여성작가로 손꼽히는 야마다 에이미. 요시모토 바나나와 에쿠니 가오리가 사랑과 관계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을 놀라우리만치 잘 묘사한다면,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은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하다. 그녀의 캐릭터들은 기존 체계에 포섭되지 않는 일탈과 현실에 대한 통찰의 경계를 오간다. 특히 일본에서 이미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수를 올렸던 ‘나는 공부를 못해’는 주인공 도키다 히데미를 통해 기존 어른들의 질서를 유쾌하게 비꼬면서, 십대들의 다양한 삶을 드러낸다. 십대 고교생의 학교, 가족, 성, 친구 문제들을 연작소설 형식으로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은, 연애소설의 여왕으로 주목받아온 야마다 에이미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수작이다.
히데미는,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특성은 하나도 가지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과 주관을 가진 십대이다. 히데미의 가족은 고교시절 문제아였던 것이 자부심인 엄마 진코와 예쁜 할머니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외할아버지가 전부이다. 히데미의 삶에 별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언제나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아버지가 없거나 가난한 것은 그에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세상의 시선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세상에 아버지 없는 아이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그 아이들이 모두 무슨 일만 생기면, 아버지가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요?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사회 따위에는 난 들어가고 싶지도 않아요. 나를 불량하다고 해도 좋아요. 정해진 대로 된다구요? 말도 안 돼. 나는 예정된 길을 걷는 인간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아요. 아버지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단 말이에요. 그런 건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어요.’

히데미를 문제아로 만드는 것은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이 아니라, ‘아버지 없는 아이’에 대한 편견이다. 전통적인 가족에서 비껴난 이 가족의 삶은 권위적인 가부장 없이도 얼마든지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는 공부를 못해’의 가족들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엄마는 매번 젊은 남자들과 연애에 푹 빠져 있고, 외할아버지는 바람난 가족들에 대해 ‘그러거나 말거나’ 태도로 일관한다. 그들에게 가난이나 비혼모, 십대의 연애와 같은 문제들은 그저 ‘농담거리’일 뿐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 소설의 매력은 이 색다른 가족을 통해 전혀 다른 가족관계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순수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가공된 것이다. 하얀 셔츠는 하얀 색으로 물들였기 때문에 하얗다. 맑은 물은 소독되었기 때문에 마실 수 있다. 소녀의 순정은 그것이 가치 있다고 세뇌 받았기 때문에 지켜지는 것이다.’
히데미는 기존의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허위의식을 세련되게 비판한다. 가식으로 포장된 것들을 선천적으로 경멸하기 때문이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학생과 라면을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섹스 이야기를 하는 사쿠라이 선생이나, 술집에서 일하고 있지만 우아하고 당당한 모모코처럼, ‘건전하진 않지만 건강한’ 이들이다. 십대의 삶을 뒤틀림 없이,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야마다 에이미는 우리에게, 편견과 아집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것을 강조한다.
‘나는 히데미를 불량소년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애들은 너무 촌스러워요. 그렇지만 ‘나는 나’라는 것을 아는 인간이 되길 바라요. 다른 사람과 똑같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히데미의 엄마 진코는 ‘문제아’로서 자신의 아들을 낙인찍는 오쿠무라 선생에게 날카롭게 대꾸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부분도 다른 부분도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 그녀가 던지는 화두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한다. 십대들이 더 이상 문제적 존재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주체적인 생산자로 새롭게 불릴 때, 십대도 십대를 벗어난 이들도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이진주 (국문·4)
pearl2891@hanmail.net
이진주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