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미영 연합군은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로 이름지어진 대규모 공습을 시작하는 등 육해공군의 전방위적인 파상공격을 펼치며 무기력해 보이기까지 한 이라크 군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충격과 공포’ 의 작전은 개전 초기에 가공 할 파괴력을 동원해 상대 진영의 지휘통제센터를 조기에 무력화한다는 전술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가시적인 전과보다는 초전에 상대의 기를 제압해 저항의지를 분쇄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작전명이 말해주듯 물리적 효과보다는 심리적 효과를 노리는 작전인 것이다. 미국이 ‘충격과 공포’ 작전을 실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직전에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도 일본군의 저항의지를 뿌리뽑기 위한 ‘충격과 공포’ 의 작전에 다름이 아니었다.
소위 연합군은 전후 복구사업이 더욱 손쉽고 적은 비용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라크의 기반시설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관공서와 군 시설물, 지도부 은신처 등 을 골라 선별적인 공격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민간인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도부를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밀유도 무기가 과연 그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만큼 완벽한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첨단 전자기술의 적용으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확성을 지녔다지만 오발, 오폭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특히 이번에 사용되는 첨단 무기 상당수는 지금까지 전장에서 사용된 적이 없는 고성능 신무기들의 실험용인 셈이다. 게다가 부수적 피해의 범위에 핵 관련 시설이나 생화학 무기시설이 포함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19일 새벽부터 시작된 공습으로 어둠이 깔리는 바그다드 시내는 인적이 끊긴 채 적막만이 감돌고 있다. 시민들은 해가 지면 으레 미군의 공습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은신처로 대피하고 있다. 특히 고층아파트 시민들은 건물 1층이나 지하실에서 밤을 새운다. 대부분의 상가는 철시된 상태이다. 500여만 명이 거주하는 바그다드 시내는 밤과 함께 죽음의 도시로 변하고 있으며 거리에는 낮에도 움직임이 거의 없다. 사담 후세인 등 손에 꼽히는 몇 명을 제거하기위해 ‘충격과 공포’ 라는 이름으로 수 백만 명의 이름없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의 공포를 넘나들고 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의 히틀러가 승리했다면,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발길이 끊이질 않는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한 가정집은, 말 그대로 평범한 가정집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안네의 일기’로 세상에 알려진 ‘안네’의 집이다. 바그다드에서 오늘 밤에도 계속 날아드는 첨단 신무기의 공포속에 생사의 기로에 선, 혹시 살아나더라도 이름이 알려질 것같지 않은 또다른 바그다드의 ‘안네’가 아른거린다. 전쟁이 시작된뒤, 미국에서는 동부 워싱턴에서 서부 샌프란시스코까지 수 천에서 수 백명씩 거리로 나와 반전집회를 열고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포르투갈 러시아 그리스 등 유럽 각국에서는 물론 예멘 오르단 이집트 인도 파키스탄 한국 등에서도 대학생과 노동자를 중심으로 반 세계화 단체 등 각계각층이 시위에 나섰다.
나의 처지와 상대방의 처지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조건과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쳐다보지 않으면 안될 때다. 우리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했으며 혹시 전쟁으로 무엇을 얻기를 기대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의 시선으로 전쟁을 지켜보고 있는가. 자유라는 이름아래 전쟁을 일으킨 나라는 더이상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다.
진천규 <기자>동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