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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 타로를 만나다>- 타로카드와 대중문화

타로의 가장 큰 역할은 ‘예지’가 아닌 ‘상담’과 ‘조언’

요즘 거리에서는 심심치 않게 사주와 함께 ‘타로’ 점을 함께 보는 가판을 만날 수 있다. 비주적인 오컬트 문화 정도로 인식되었던 타로가 우리 삶에 깊이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전문 타로 카페나 동호회가 부쩍 늘어가면서 타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타로카드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소설 등 각종 대중문화 생산물들의 주요 이미지 공급처가 되어왔다. 영화 ‘게임’에서 시몬 시뇨레가 타로 리딩을 통해 불행의 전조를 보고 놀라는 장면이나, ‘다빈치 코드’에서 ‘잃어버린 예수의 신부와 사악한 교회에 굴복한 그녀’의 이야기를 그린 것으로 묘사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타로는 인간 삶의 굴곡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최근 방영된 KBS 드라마 ‘마왕’에서도 타로카드는 사건의 단서를 발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뒤마 클럽’에서는 타로의 주요한 이미지들이 살인사건을 푸는 결정적인 열쇠를 제시하는 한편, 스티븐 킹의 ‘타로 카드’ 라는 소설은 작가의 마니아적 취향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그 외에도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레드 바이올린’, ‘파니 핑크’, ‘데드 얼라이브’, ‘천공의 에스카플로네’, ‘카드캡터 체리’ 등 다양한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타로카드는 이야기의 맥락을 풀어가는 중요한 단서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타로 카드가 대중매체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는 데에는, 그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상징체계와 이미지가 끊임없는 상상력과 해석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타로 카드는 연금술, 카발라, 초자연적 주술, 그노시즘 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철학적 기반과 상징을 포함하고 있다.
처음 타로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설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15세기에 처음 나타나, 곧바로 널리 알려지고 전파되었다는 것. 그 기원이 1441년 경 밀라노의 군주인 필리포 마리아 비스콘티 공작의 궁정에서 전해진다는 설이 존재할 뿐이다.
오늘날의 타로는 수많은 변형을 허용하는 전통으로 진화해 왔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타발리오네는 자신의 화려한 그림을 넣어 만든 ‘황금계단 타로’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한편, ‘살바도르 달리 타로’와 같이 원래 예술작품에서 출발한 카드도 등장했다. 이 외에도 중국, 일본, 러시아, 집시 타로 등 수많은 카드가 등장하면서, 각 나라와 전통, 문화에 맞는 타로로 발전해 온 것이다.
한국에서도 ‘점술’의 주요 역할은 늘 여성이 해왔듯, 타로와 여성의 관계도 매우 밀접하다. 타로의 역사에서 리더(reader)는 주로 여성이었다. 타로 리딩 행위는 직관, 심령적 각성, 감수성, 감정이입 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통에 더하여 서구 문화의 합리주의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타로의 위치로 말미암아, 타로는 여성들의 영적 능력을 표출하고자 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는 여성중심의 영성, 자연에 대한 여성들의 애착, 사회적인 것과 성적인 것을 포함한 여성들의 대인관계, 그리고 모든 연령대 및 인종, 신체유형의 전형을 묘사하는 경향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22장의 메이저 카드와 56장의 마이너 카드로 구성된 타로는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0번 카드에서, 세계의 완성으로 이어지는 22번 카드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삶의 다양한 사건과 굴곡을 상징하는 지팡이, 컵, 펜타클, 검 등의 마이너 카드로 연결된다. 특정 종교나 주의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타로의 가장 큰 역할은 ‘예지’ 가 아닌 ‘상담’과 ‘조언’이기 때문이다.
타로카드의 종류와 범위는 거의 무한대라 할 만큼 방대하고 다양하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는 소재의 카드들부터 대중문화를 풍자하는 카드들까지, 우리의 문화적 상상력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타로의 세계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진주(국문·4)

KBS드라마 마왕의 한 장면
이진주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