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80

2007 제11회 인권영화제

“행동하는 영화제, 공감과 연대의 장”

사회 전반적으로 ‘인권’에 대한 인식과 도전이 확장되면서, 이제 ‘소수자 감수성’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쟁점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소수자를 ‘특수한 사례’ 나 ‘불쌍한 존재’로 타자화 시키는 편견은 사회와 관계에 잔존한다.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장애인들은 이방인이며,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에서 성적소수자들은 허수의 존재이다.
차별과 억압의 구조는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의원의 ‘동성애는 비정상’ 이라는 발언과, ‘불구(장애아)가 태어나는 특수한 경우에는 낙태가 불가피하다’ 등의 입장은, 사회 보수층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는 인권개념의 실태를 보여준다. 단순한 말실수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저급한 망언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대선주자로 건재하다.
사적인 관계에서 흔히 질문하는 ‘남자친구/여자친구 있어요?’ 라는 질문이 가지고 있는 이성애 중심적 사고나 대중매체에서 표현되는 과도한 이성애 가족주의적 광고, 드라마 역시 일상적 영역에서 장애인이나 동성애자는 여전히 불편한 존재이다. 이따금 특수한 계층으로 등장하는 경제적 소수층(도시빈민)들 역시 왜곡된 이미지를 갖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철저히 억압받는 ‘불쌍한 사람’ 으로 묘사되거나, 시혜를 받을만한 ‘선한 존재’에 국한될 때 비로소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8일 열린 <2007년 제 11회 인권영화제>는 우리들이 안고 있는 인권에 대한 다양한 현실과 층위를 보여주는 열린 축제로, 24일까지 총 26편(국내 13편, 해외 13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인권영화제는 1회부터 현재까지 전 작품을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누구든 인권을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개막 작품은 닉 브룸필드 감독의 2006년 작 <고스트>이다. 2004년 영국 이민 브로커들에게 고용돼 심야에 모캄베이 해변에서 불법으로 조개잡이를 하다가 밀물에 변을 당한 중국인 불법 노동자 23명의 실화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실제 그 현장에서 살아남은 이주노동자 에이 퀸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여수 외국인 화재로 숨진 10명의 이주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은 이러한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이 결코 특수한 사례가 아님을 보여준다.
2002년 캐나다 퀘백주에서 동성애 부부의 시민결합권 뿐 아니라 양육권까지 명시된 법안이 통과된 현장을 당사자, 그리고 그들과 연대한 이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재구성한 낸시 니콜의 <사랑의 정치>(낸시 니콜/2005년/캐나다. 다큐/68분), 성전환자들의 애환을 조명한 <레오 N이라는 사람>(알베르토 벤데미아티/2005/이탈리아/다큐/87분) 등 성적소수자들의 현실을 담은 영화를 상영한다.
이 외에도 역사의 굴레에서 편견과 무지함으로 끊임없이 사회로부터 격리되었던 소록도의 한센인(나병환자)에 관한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박정숙/2006/한국/다큐/78분)와, 일본 땅에서 ‘조총련 학교’로 알려진 ‘조선학교’ 학생들이 자신들의 공동체를 유지하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이야기를 담은 <우리학교>(김명준/2006/다큐/134분) 등은 ‘국가’와 ‘개인’의 정체성이 충돌하고 혼재되는 현상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미국주도의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 속에서, 한·미 FTA, 세계화 그리고 양극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담은<파산의 기술>(이강현/2006/한국/다큐/61분)과 미국의 강압적 거대기업의 횡포에 투쟁하고 저항하는 페루 주민들의 생활을 담은 <탐보그란데:망고, 살인, 광산>(에르네스토 카벨로스/2006/페루/다큐/85분)은 우리에게 직면한 경제체제의 이면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진실은 마냥 아름답지도 않으며, 단 한가지의 올바른 길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현실의 층위는 다양하고, 적나라한 사실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갈수록 극심해지는 ‘빈부의 양극화’, 경제성장과 발전의 논리에 의해 재단되는 소수자들의 복지와 생존문제, 일상에서 벌어지는 차별적 언어와 구조에 무관심한 나와 당신들이, ‘정신적 소수자’가 되지 않도록 좀 더 예민하고 불편한 존재들이 되는 것은 어떨까. <11회 인권영화제>(주최: 인권운동사랑방)는 24일까지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이진주(국문·4)
pearl2891@hanmail.net
이진주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