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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퀴어문화축제

위풍당당 퀴어행복을 위해, This is QUEER!

서울의 한복판을 신나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퀴어문화축제>가 6월, 종로 일대에서 펼쳐진다. 올해로 벌써 8회째를 맞는 <퀴어문화축제>의 슬로건은 “This is QUEER”다. 지난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의 문턱을 넘으며 시작된 <퀴어문화축제>는 그동안 퀴어의 행복과 자유, 그리고 절정에 가득 찬 퀴어의 주체성을 발산해 왔다.
홍석천의 커밍아웃으로 이전까지 음지에서 논의될 수밖에 없었던 동성애 이슈가 우리 사회의 수면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동성애는 여전히, 이성애중심적인 문화와 체제 속에 위태롭게 부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는 순간, 직장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매장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예상이다.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고, 함께 하고 싶은지를 가족에게조차 자유롭게 말할 수 없는 현실. 동성애자들에게 ‘커밍아웃’은 여전히 위험한 꿈이다.
한국사회에서 ‘인권’, ‘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지만, ‘소수자’를 ‘피해자’로 환원시키는 위험에서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주류 사회에서 비주류가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불쌍한, 고통 받는, 소외당하는’ 위치로 고정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스스로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선택한 무수한 퀴어들이 연대하는, ‘살아있는 축제’이다. 퀴어는 사전적 의미로 ''이상한, 괴상한, 수상한''이라는 형용사로 주로 활용되며,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속어였다. 자신들을 억압해 온 언어를 스스로 선택해버림으로써, 본래의 의미를 비틀어 버리는 그들의 유쾌함와 센스가 빛나는 언어, 퀴어.
“비하와 차별의 두려움마저 자긍심으로 위치를 바꾸어버리는 거침없는 에너지, 그래서 놀 줄 아는 사람들, 즐길 줄 아는 사람들, 기죽지 않는 사람들. 이것이 우리다. 우리가 퀴어다. 지금 바로 여기에서 느낄 수 있는, 이것이 바로 퀴어다.”- 8회 퀴어문화축제 기획취지문 中

<퀴어문화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거리퍼레이드, “PRIDE PARADE”이다. 동성애자와 트렌스젠더 등 사회적으로 차별받는 성적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자긍심을 담아 도심을 당당하게 누비는 이 행진은,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는 행사로 처음 시도되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로스엔젤레스 등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PRIDE PARADE”는 1994년 뉴욕에서만 100만 명이 모이고, CNN을 통해 생중계 될 만큼 대중적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지금은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퀴어들의 자긍심을 축하하고 지지하며, 자유와 평등을 요구하는 시가행진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 독립예술제의 도움을 받아 대학로에서 역사적인 첫 퍼레이드로 시작되었다. 퀴어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삶을 지지하고 연대하는 개인·단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6월 2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청계광장에서 베를린광장을 누비는 거리행진 후에는, 댄스·열정·사랑을 불태울 멋진 파티가 기다리고 있다. 6월 3일부터 10일까지 종로 iSHAP에서 열리는 전시회 “게이들은 이미지를 입는다”와, 6월 6일 홍대 마녀에서 펼쳐지는 레즈비언 포럼과 세미나, 각종 공연 또한 <퀴어문화축제>의 묘미. 6월 6일부터 5일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2007 Seoul LGBT Film Festival에서는 국·내외 LGBT(레즈비언,게이,바이섹슈얼,트렌스젠더를 칭하는 약자)관련 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다. ‘후회하지 않아’, ‘우리 결혼해요’ 등 국내 퀴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저마다 다르고, 다양하고 다채로운 퀴어들의 놀이터, 만남의 장에 ‘우리’가 함께 전율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들’로 지칭되었던 퀴어들과 함께, 새로운 ‘우리’로서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이진주(국문·4)
pearl2891@hanmail.net
이진주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