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중문화 바로보기 2

존 카메론 미첼, 그리고 헤드윅

“사랑의 기원에 관한 가장 온건한 시선, 헤드윅”

처음 헤드윅을 접했을 때 느낀 전율은, 헤드윅을 보고 난 후의 삶과 그 전의 삶이 현저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이었다. 천재적인 작가의 탁월한 구성과 음악, 신들린 듯한 연기와 가창력은 그에게 언어의 부족함을 통탄하게 하는 수식이다. 한국에서만 20만이 넘는 열성팬 ‘헤드헤즈’들에게 추앙받는 ‘헤드윅’의 주인공 존 카메론 미첼이 한국 땅을 찾은 것은 너무나 운명적인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첼은 뮤지컬 ‘헤드윅’의 작곡가 겸 음악감독인 스티븐 트래스크와 함께 27일과 29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헤드윅 콘서트’를 열었다. 그가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 뮤지컬 음악으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으로, 한국의 ‘헤드윅 열풍’을 반증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뮤지컬 ‘헤드윅’ 은 2005년 한국 초연 이후 현재 20만의 관객을 돌파하며 끊임없는 전석 매진 가도를 달리고 있기도 하다.
‘헤드윅’은 끊임없이 자유와 사랑,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동 베를린 출신의 그, 혹은 그녀에 대한 이야기다. 동독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셀’은 미군 라디오 방송에 빠지면서 ‘이기 팝’, ‘데이빗 보위’, ‘루 리드’ 등의 음악을 들으며 미국 대중문화에 매혹 당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의 성적 학대와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우울한 성장기와 청년기를 보내야 했던 그가, 탈냉전과 반전, 그리고 성해방에 대한 실천과 실험의 중심에 있던 미국 대중음악에 빠진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군 병사가 그에게 ‘여자’가 되는 조건으로 미국행과 결혼을 제의하게 된다. 이에 그는 성전환 수술을 받기로 하지만, 싸구려 수술의 실패로 인해 그에게는 여자의 가슴 대신 일인치의 살덩어리(Angry inch)만이 남게 된다. 결국 미군 병사에게 버림받은 그녀는 캔자스 변두리의 트레일러에 기거하면서 국제 결혼한 한국 이민 여성들과 소규모 공연으로 생활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16세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토미’는 그녀를 배신하고 그녀가 만든 곡들을 훔쳐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다.

대스타로서 성공한 ‘토미’는 1백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 기록을 세우며 전국 콘서트를 개최하고, ‘헤드윅’은 ‘토미’를 따라다니며 그가 공연하는 공연장의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냉대와 호모포비아에 시달리면서도 공연을 계속한다. 정상적 남성의 몸을 가진 ‘토미’의 화려한 무대와 여자도 남자도 아닌, 경계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헤드윅’의 초라한 무대는 상징적으로 대비된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드는 헤드윅의 삶은, ‘남성과 여성-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에 포섭되지 않는다. 그녀가 여성음악가수들의 축제인 월경 페스티발에서 생물학적으로 불완전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면되고, 단 한 명의 관객을 향해 노래하는 장면은 주류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이 취급되는 현실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헤드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찾는 특별한 기준을, ‘일반적인 이성’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실상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사랑했고, 버림받고, 배신당하고, 집착하고, 떠나보낸다. 그녀가 영화의 마지막 공연에서 여성스러운 옷을 벗어던지고 맨몸으로 노래하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심장을 직선으로 관통하며 베는 상처 그 상처를 우린 사랑이라 하지. 그래서 우린 서로를 팔 벌려 안았지. 서로의 몸에 서로를 집어넣어 다시 하나가 되게 하면서 우리는 사랑을 했어, 사랑을 했지. 그때는 아주 오래 전 춥고 어두운 저녁이었어. 제우스의 전능한 능력으로 말미암은 그때. 그건 슬픈 이야기. 우리가 어떻게 외로운 두 발 짐승이 되었는지에 대한, 그것은 사랑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사랑의 기원” 헤드윅, ‘사랑의 기원Origin of love’中

이진주(국문·4)
pearl2891@hanmail.net
이진주 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