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두 팔과 두 다리로도 살기 힘든 세상을 오로지 두 다리에만 의존한 채 살아온 오순이 교수. 순탄치 만은 않았을 삶을 버티게 해준 건 오 교수가 갖고 있던 꿈, 그리고 꿈을 향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두 다리에만 의존하며 살게 된 것은 열차사고로 두 팔을 잃고 나서부터였다. 그 때가 그의 나이 3살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여서 그랬는지 한 동안은 별 다른걸 느끼지 못했어요. 치료를 받고, 성장을 해나가면서 친구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발로써 생활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라며 이제는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그 때에 대해 얘기했다.

지금은 그나마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아졌지만 당시에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더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는데 사람들의 선입견이 그를 가로 막은 것이다. 하지만 강한 마음가짐과 가족들의 사랑 덕분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고 우여곡절 끝에 한 살 늦은 나이로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처음엔 짓궂던 친구들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어울렸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지금의 그를 있게 해준 그림과 인연을 맺었다.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나 좋았던 그는 한 번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그 매력에 빠져 붓을 놓지 못하게 되었다. “솔직히 그 나이 때는 그림이 다 똑같은 그림으로 보이지 이건 서양화, 이건 동양화 이렇게 딱딱 나눠서 그리지도 보지도 않았어요. 먹과 화선지를 접하게 되면서 동양화의 매력에 푹 빠졌고 그렇게 동양화 분야에 들어서게 됐죠. 처음에는 농도를 조절하는 데 애를 먹었어요. 특히 동양화는 힘의 강약 조절을 표현하는게 중요한데 많이 힘들더라구요”라며 동양화의 길을 접어 들게 된 계기에 대해 들려주었다. 힘든 만큼 남들보다 두 배, 세 배 그 보다 훨씬 더 노력했고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에서 기쁨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장충식 전 이사장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해 계속해서 동양화를 전공할 수 있게 됐고 4학년이 되던 해 수묵화의 본고장에서 제대로 배워보고자 유학의 길에 올랐다. 그리고 중국미술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취득했고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꿈 또한 갖고 있던 오 교수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모 교의 강단에 서게 됐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정말 보람된 일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한 번 쯤은 선생님이 되는 꿈을 꾸잖아요. 저도 마찬가지고 어렸을 적에 그런 꿈을 꾸었어요. 좋은 선생님이 되어보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모 교의 강단에 서게 되었구요”라며 학교로 오기까지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꿈과 목표가 있었기에 수 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오순이 교수에게 현재 화가로서, 교수로서 가지고 있는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살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흘러간 시간보다 앞으로 제게 남은 시간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변함없는 자세로 학생들과는 마음으로 교류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또 제 나름대로 더 좋은 작품을 위해 매진할꺼구요” 라며 말을 맺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붓을 놓지 않을 거라는 오순이 교수. 조금 힘들면 쉽게 포기 해버리고 마는 요즘의 우리들이 문득 부끄러워 지는 까닭이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눈물과, 고통으로 보냈을 수 많은 날들을 견디게 해 준건 두 팔보다 아름다운 두 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민경 기자 passion529@dankook.ac.kr

이민경 기자  passion529@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