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대 운영위원장, 지금으로 말하면 학생회장이었던 노재훈(정치외교·54졸) 동문. 지금은 80대가 된 노 동문의 파릇파릇했던 20대시절 꿈은 무엇이었을까. 노 동문은 “문학도가 되어 모든 사람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표출하게 만들어 공존공영의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20대의 꿈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노 운영위원장은 “부산피난 학창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고 기억이 생생한 것은 학교 학도호국단 운영위원장 시절에 신탁통치 반대 시가행진이었다. 부산의 피난 온 대학전체가 한데 뭉쳐 궐기하여 국제 여론에 기여하고자 모든 대학생이 혼연일치되어 거리에 나선 것인데 제가 선두에서 지프차를 타고 행진하고 있을 때 아리따운 20대의 여대생이 차를 세우고 당시에는 구하기 힘든 꽃다발을 나에게 건네주면서 힘내라고 포옹까지 해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좋은 일도 일어나지만 반대로 인생에서의 쓴맛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노 동문 또한 그랬다. “6·25동란 때 부산에서 숙식을 할 당시 생활비와 학교공납금을 내지 못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주위에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힘들었던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 동문은 현재 80대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변두리 자그마한 주민복지관에서 노인 PC강습을 맡고 있다. 80대를 살아가는 그의 꿈을 물었다. 그는 “생전에 나의 어려웠던 시기를 극복한 자서전을 쓰는 것과 내가 좋아하는 시골마을 어귀에 좋은 나무 한 그루를 심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구지은 기자  jieun88121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