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세기 대학생연합’대표자들이 지난 16일 청와대 근처에서 삭발농성을 벌이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투쟁의 열기가 연일 식지 않고 있다. 등록금 투쟁이 봄철의 연례행사에 그친다고 해서 ‘개나리투쟁’이라고 떠드는 이들의 이죽거림도 쏙 들어가게 할 기세다. 지난 16일에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을 중심으로 한 전국 의 대학생 150여명이 등록금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대정부 농성단 선포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숭실대, 경희대 총학생회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자들이 삭발식을 거행했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들고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또한 각 대학들도 3보 1배 행진, 상여태우기 등 다양한 퍼포먼스로 고액 등록금으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절절한 심정을 표현하며 등록금 문제를 여론화하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우리대학의 경우 지난 13일 재학생 1,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체학생총회가 열렸으며 양캠퍼스에서 등록금납부 연기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4월 9일 총선을 앞두고 “20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대학생 신분으로 총선에 뛰어든 이도 있다. 지역구로는 전국 유일 대학생 총선 후보인 민노당 여민영(부산대·4)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등록금 상한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개소식에서 그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등록금이 물가 상승률에 비해 2, 3배가 넘게 인상되었다”며 “대학생들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학자금 대출에 매달리다 취업을 해도 20대의 평균 급여 88만원으로 고통받고 있 다”고 말했다. 또 부산 지역 대학생들에게 “88만원 유세단으로 자신과 함께 하자”며 운동원 모집 선언을 하기도 했다.

적게는 4% 많게는 9% 이상의 인상율을 보이는 대학등록금. 이제 학생들은 대학가에 펼쳐지는 퍼포먼스들을 인터넷상으로까지 옮기면서 그 열기 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특히 ‘발목잡는 등록금 이야기’라는 UCC가 화제다.

 “막상 대학 들어갔는데/ 가진 것이 하나 없어서/ 공부 못하고 아르바이트/ 이번에도 등록금 인상률이 하늘 높이/ 나는 돈 벌어 oh…우리 가족 화목 했었지/내가 대학 가서 빚더미/ 학비책값 학원비 용돈 밥값 교통비/그거 부쳐 내느라/부모님 등골이 빠져”. 시민단체 대학생 인턴 3명이 가수 하하의 노래 ‘키작은 꼬마이야기’를 개사해 만든 노래다.

많은 사람들이 이 UCC를 보면서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며 투쟁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편 이렇듯 학생들의 절절한 투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9%의 등록금인상을 고지하고는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을 해주겠다는 모 대학의 교언영색한 말에 일부 학생들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여전히 현 대학생들을 ‘88만원세대’, ‘이태백’, ‘청백전’이라고 일컬으며, 취업에만 몰두하고 사회문제를 등한시 한다고 비난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상아탑이 우골탑, 인골탑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대학에서 취업과 등록금 앞에 자유로울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되겠냐고. 우리는 왜 펜을 놓고 장돌을 집어들어야 하느냐고.

오는 28일 ‘등록금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가 100개 대학, 1만여 명이 참가하는 전국대학생교육행동의 날을 진행한다고 한다. 학생들의 열정이 등록금인하와 등록금 후불제, 상한제 등 제도적 변화를 가져올수 있을지 그 귀추를 주목해보자.

차윤단 기자  youndan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