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0월 23일. IT업계의 혁명가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실리콘 밸리의 애플 본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자신 있게 외쳤다.

“이제 다른 모든 제품들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잡스의 손에 들린 작고 하얀 전자제품에 시선을 집중했다. ‘iPod(아이팟)’. 디지털 시대의 역사에 길이 남을 명기(名器)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그때 아이팟 발표회장에 모였던 사람들은 아무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 아이팟은 잡스의 말대로 전 세계 뮤직 플레이어 시장을 점령하고 선두에서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지금까지 1억대 이상 팔린 아이팟은 이미 단순한 디지털 기기가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린 아이부터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아이팟으로 음악을 즐긴다.

어째서 사람들은 아이팟에 열광하는가? 아이팟에는 애플 특유의 스타일과 매력이 잘 녹아들어 있다. 유려한 디자인과 기본에 충실한 기능, 그리고 애플만이 줄 수 있는 개성. 스티브 잡스가 변함없이 추구해 온 ‘항상 새로운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포기하지 마라, 기술력을 과신하기보다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라’라는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특징들이다.

매킨토시 시절부터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추구해 온 스티브 잡스답게 곡선의 미를 잘 살린 아이팟의 디자인은 심플하면서도 다채로운 컬러와 조화를 이뤄 ‘이게 정말 전자기기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쁘다’. 심지어 제품 포장마저 버리기 아까울 정도다.

도넛처럼 생긴 하얀색 클릭 휠 인터페이스는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모든 조작을 가능케 해 사용 편리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아이팟의 상징이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경쟁제품들에 비해 수수해 보일 만큼 기본에 충실한 기능은 조작이 간단해 오히려 비교적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됐다.

여기에 더해 독특함과 개성의 대명사인 애플의 이미지는 사용자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줬고, 사용자들 스스로가 아이팟 마니아가 되어 다른 이들에게 아이팟을 전파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애플 특유의 스타일이 집대성된 아이팟은 기능보다 디자인과 편의성을 중시하는 오늘날 대중의 성향과 맞아 떨어져 디지털 문화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길이 이름을 남기게 됐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 아이팟이 다시금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 진정한 명품 브랜드의 조건이다.

신봉석 기자  radenia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