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의 ‘세종’ 명칭 사용에 반대하는 세종대 학생들의 현수막.

▲ 고려대의 ‘세종’ 명칭 사용에 반대하는 세종대 학생들의 현수막.
현대사회는 이미지 사회다. 브랜드 네임 하나가 엄청난 가치를 생산하는 시대. 그래서 대학의 캠퍼스 명칭을 정하는 일은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최근 고려대와 세종대가  캠퍼스 명칭을 두고  맞서고 있다.
고려대가 서창캠퍼스의 이름을 세종캠퍼스로 변경하는 안을 확정한 것에 대해 세종대가 ‘세종’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사수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양측의 입장 모두 강경하다. 

▲고려대 ‘세종시를 지칭하는 지역명사일 뿐’, 세종대 ‘국민들의 혼동 초래할 수 있다’
고려대측의 입장은 이렇다. 1980년 설치된 조치원분교가 1987년 서창캠퍼스라는 명칭을 가지게 됐으나 캠퍼스 명칭이 최소 행정단위인 ‘서창리’에 기초한 결과 캠퍼스의 홍보와 이미지 제고 등에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다. 그러던 중 서창리 지역의 행정구역을 확대하여 세종시로 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에 캠퍼스 인지도 제고 및 긍정적 이미지 강화를 통한 고유 브랜드 가치 형성을 통해 제 2캠퍼스로서의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고려대 측이 주장하는 캠퍼스 명칭 변경의 근본적인 사유다.

고려대의 한 관계자는 “세종캠퍼스 명칭은 서창캠퍼스뿐 아니라 행정도시에 입지하게 될 행정도시 캠퍼스,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생명공학원을 아우르는 통합 명칭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지난 11일에는 고려대 세종캠퍼스 명칭선포식이 있었고 선포식에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카이스트도 세종캠퍼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세종은 세종시를 지칭하는 지역명사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세종대 측은 ‘세종(SEJONG)캠퍼스’는 명실상부 국내외에서 확고히 자리 잡은 세종대학교의 브랜드이며, 고려대의 ‘세종(SEJONG)캠퍼스’ 명칭 사용은 국민들의 혼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종시설치법은 이미 2월에 국회에서 폐기됐고 6월 임시국회에서 세종시설치법이 논의될 예정이다”라며 지명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세종캠퍼스 명칭을 쓸 수 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학생들의 반응
학생들의 입장도 대학의 입장과 비슷하다. 세종대 김재연 총학생회장(지구정보공학·4)은 “이름욕심일 뿐이다. (고려대 주장대로 한다면)서울에 대학이 있으면 모든 대학을 서울대로 부를 수 있겠냐”며 이미 세종대 총학생회는 인접 학교를 대상으로 ‘고려대의 세종캠퍼스 명칭 사용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반면 고려대 학생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법원의 결정만이 남았다.
세종대는 지난 10일 세종캠퍼스 명칭 사수 결의대회를 가졌고, 11일 고려대가 명칭선포식을 갖자 세종대는 ‘세종캠퍼스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고 현재 그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세종대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용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내비췄고 고려대측은 “동종업계에서 법적 분쟁을 벌이는 것은 어쨌든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본다. 양측이 오해를 하거나 서로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원만하게 논의하고 싶다”며 세종대의 법적 대응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