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간단한 인사를 하기 위한 편지도 낑낑대며 써내려 갈 때는 ‘문학을 공부한다는 사람이…’ 라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 글을 잘 쓰는 것과 문학을 공부한 것과는 상관이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 보다는 다양한 글을 접하여 친숙한 사람인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내 글을 보고 주위에서 ‘글을 못 쓴다’, ‘생각보다 별로네’ 라는 소리라도 들을까봐 보여 지는 글들은 한 글자 한 글자 허투루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글을 쓰는 법을 배운 경험이라고는 대학 입학을 위한 논술강의와 대학에 입학하여서 리포트 작성 요령, 답안지 작성 요령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은 것이 전부이다. 글을 잘 써보고 싶은 마음에 문화센터의 강좌도 찾아 들어보고 동아리에 가입하여 활동도 하였지만 이상하게도 글을 쓰는 이론이나 법칙을 배우면 배울수록 나의 글은 더 갇히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문화센터 강좌에서 가르쳐주는 이론이나 법칙은 서양의 글쓰기 이론과 법칙으로 딱딱하고 지루한 이론명을 나열하는 식이었다. 글쓰기 초보자들에게 터무니없이 어려운 작품과 읽어본 적도 없는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데 강사의 유식함만 잘 드러내는 강좌였다. 어떤 표현이 하고 싶어도 이것은 어떤 이론에 맞는 것인지, 이렇게 써도 형식에 벗어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생각으로 자유롭게 쓰지 못하게 되어가고 있었다. 글쓰기의 강의와 설명만으로 글을 잘 썼다면 타고난 글쟁이였겠지만 당연히 나는 그렇지 못하였고 오히려 얻은 것보다는 자신감마저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한 번이라도 더 쓰는 경험은 늘어났지만 실력이 쌓이지는 않았다.

내가 그토록 글을 잘 쓰고 싶었던 이유는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작가가 꿈이어서도 아니었다. 이유는 글 속에는 쓴 사람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글처럼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 대학교 1학년 때 은희경 작가의 냉소적이고 차갑고 깐깐한 분위기가 좋아 그 작가의 소설에 심취하였는데 그 시절 나의 일기장을 보면 그 문체나 분위기에서 은희경 작가의 느낌이 어설프게 느껴진다.

또한 그 당시 학교 과제도 이런 영향으로 ‘글이 어둡고 부정적이다’라는 교수님의 코멘트가 적혀있었던 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나의 글쓰기 수준은 실력 있는 작가를 흉내 낼 수 있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에게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실패한 전례 때문인지 그다지 큰 기대 없이 첫 장을 읽어보게 되었다. 어떤 글쓰기 강좌도, 책도 나의 문장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는데 과연 이 책은 어떨까. 더군다나 이렇게 오래된 책에서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았다.

우선 책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내용도 글의 형식에 따른 분야별로 잘 나누어져 있어서 오고 가며 지하철에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나의 느낌은 가슴 꽉 찬 느낌이랄까 무언가 많은 것을 얻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주위에 작가를 꿈꾸거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태준의 『문장강화』에서는 절대 글을 쓸 때 필요한 이론이나 법칙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확고한 법칙이 없더라도 지켜야할 길이 있다고 말해준다. 충분한 예문을 들어 설명하여 더 이해하기 쉽다. 반세기가 넘은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고 매끄러운 설명은 ‘글쓰기의 안내서’ 라는 호칭을 받아 마땅하다.

그동안 내가 그토록 찾아다닌 글쓰기 강좌가 바로 이태준의 『문장강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려고 했지만 나의 부족하고 서투른 문장 실력으로 어찌 이러쿵 저러쿵 서평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평을 쓰는 대신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어 밑줄 친 부분들을 기록해 두는 것이 더 오래 기억하는 길이라고 판단하였다. 앞으로 글을 쓸 때에는 이태준의 『문장강화』를 지침으로 노력하고 연습하여 점점 나아지는 글을 쓰도록 할 것이다.

<문장작법의 의의>
- 글 짓는 데 무슨 별법이 있나? 그저 수굿하고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하면 그만이라고 하던 시대도 있었다. 지금도 생이지지(生而知之)하는 천재라면 오히려 삼다(三多)의 방법까지도 필요치 않다. 그러나 배워야 아는 일반인에게 있어서는, 더욱 심리나 행동이나 모든 표현이 기술화하는 현대인에게 있어서는, 어느 정도의 과학적인 견해와 이론, 즉 작법이 천재에 접근하는 유일한 방도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명필 완당 김정희는 “난초를 그리는 데 법이 있어도 안 되고 법이 없어도 안 된다.” 라고 하였다. 문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장작법의 새 의의>
- 글짓기가 아니라 말짓기라는 데 더욱 선명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글이 아니라 말이다. 우리가 표현하려는 것은 마음이요 생각이요 감정이다. 마음과 생각과 감정에 가까운 것은 글보다 말이다.

<서정문>
- 직접 슬프다 기쁘다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그 정상(情想)을 묘사해서 독자가 절로 슬퍼지고 절로 기뻐지게 하는, 가장 우수한 수법이다.

<수필>
- 우습다, 그러나 우습지만 않고 슬프다. 그리고 또 즐겁게 읽히었다. 다시 읽어도 즐거울 것이다. 내용은 알되, 다시 읽어도 즐거운 것은 필자의 유머러스한 재변에 있다. 우스우나 얼른 잊혀지지 않는 것, 무슨 글이나 그런 글은 좋은 글이다.

<감상문>
- 주장하지 않는다. 역설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로서만 느끼고 감사하고 즐거워한다. ‘자기로서만’ 이것이 감상문의 본령이다.

<퇴고의 이론과 실제>
- 100번이라도 고치되 끝까지 구기지 말고 지녀나가야 할 것은 이 ‘처음의 생각’과 ‘처움의 신선’이다. 이 ‘처움의 것’들을 이지러뜨릴 염려가 없게 하기 위해서는,
1) 최초 집필시의 생각과 기분을 자기 자신에게 선명히 기억시킬 것.
2) 중얼거리며 고치지 말 것.
3) 앉은 자리에서 자꾸 고치지 말 것.

이아영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