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MBC 보도국 카메라 기자로 있는 박동혁(방송영상·03 졸) 동문에게 언론영상학부 후배들이 질문을 던졌다. <편집자 주>

▲ MBC 보도국 카메라 기자 박동혁(방송영상·03 졸) 동문

아마도 이건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눈으로 세상과 현실들을 보지만, 치우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영대(2) : 비판의식이 기본이 되는 직업을 가지셨는데 자사(MBC)의 비리를 취재하는 등 자사의 이익과 반하는 주제에 대해 취재하실 수 있나요?

우선 기자라는 직업에 꼭 비판의식이 기본이라고 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이야기를 먼저 하고 싶네요. 가장 먼저 기본이 되는 자세라면 ‘항상 배우려는 자세’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으론 ‘사람에 대한 애정’을 들 수 있겠네요. 비판이라는 것을 하려면 먼저 뭔가를 알아야 하겠죠. 알지 못하고 애정이 없다면 아마도 할 말도 없을 것 입니다.
자사의 비리를 취재하거나 자사이익에 반하는 내용에 대해 자기 검증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들이 있으며 물론 취재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그 정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이미 어느 신문사에선가 크게 내용을 다루기 시작했겠죠.

▲ 박종현(2) : 취재를 하시다가 목숨이나 신상에 위험을 당하셨던 적이 있으신가요?

2004년 건대근처 한 찜질방에서 화재가 났는데 현장에 방독면을 착용하고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죽을 뻔 했습니다. 신상의 위협은 종종 당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의 동선은 이해관계가 칼날처럼 벼리고 있는 선위를 걷기 때문이겠죠.

▲ 박광규(2) : 가장 취재하기 힘든 사건은?

사건은 취재가 어렵다 혹은 쉽다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유가족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은 많이 힘이 듭니다.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믿을 수 없다거나, 말없이 통곡하거나, 지난날을 회상하거나, 앞날을 걱정하거나, 죽었던 상황에 대해 분노를 터뜨리거나….
최근 있었던 큰 사건에 대해 희생자 가족이 인터뷰를 모두 거절했습니다. 희생자 가족 중 한 분은 문 앞의 기자들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며 제발 좀 가라고 이야기를 하십니다. 그 마음 이해가 됩니다. 아마 저라도 휘두를 겁니다. 극단적인 고통을 지켜보는 것은 정말 하기 힘든 일입니다. 다만 종종 예외도 있죠.

▲ 최혜윤(2) : 취재를 하는데 로비나 외압을 받은 적은 있나요?

네. 그럴 때마다 저는 봉투를 내밀면 웃으며 “청년 실업 30만 시대에 저를 그곳으로 밀어 넣으려고 하시는 군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상황은 어렵지 않게 종료 됩니다. 무언가 압력하려 한다면 “알겠다”라고 말하고 자리를 벗어나면 됩니다. “알겠다”는 의미는 당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는 “알겠다” 정도가 되겠죠.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하건 간에. 바빠서 길게 이야기 할 시간이 없거든요.

▲ 박해인(1) : 우리 언론영상학부, 그리고 우리대학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고 선배님들 가운데 방송으로 진출하신 분이 또 계신지 궁금합니다.

대학 입시 때 보면 대학별로 순서가 매겨져 있죠. 언론사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그때의 대학 순위만큼 분배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위상도 아마 그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될 것 같고요. 다만 이는 확률적인 이야기일 뿐, 저는 개인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확률적인 이야기니까요. 저도 학교생활하면서 확률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무의미하다고 판단 내리고는 스스로를 믿고 뛰어들었죠.
어떤 모임이나, 동아리, 스터디 등을 통해 타 대학 학생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분명 배울 점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한편으론 확률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게 될 수도 있고요. 그 불안함은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로 부터 출발하는 겁니다.

▲ 형성수(2) : 활동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입니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기자들 술 많이 먹는 건 알고 있죠? 낮에도 먹고 밤에도 먹고 그렇게 한주를 보내고. 몸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아마도 그 중 가장 아픈 건 마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행복했던 순간은 가만 가만 생각해 보아도 금방 떠오르진 않네요.
함석헌 님 시 중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는데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 만은 살려두거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을 위해 이들 만큼은 꼭 오래 오래 남아 살았으면 좋겠다는 사람을 만났을 때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사람을 5년이 다 되도록 4명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