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 발표수업이 내일인데 프레젠테이션은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자료조사도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제작해내기는 커녕 복사, 붙여넣기만 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들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열심히 준비해 간 프레젠테이션임에도 발표시간이 되면 발표자가 자신이 만든 프레젠테이션의 반도 못 끌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요.

그런 학우 여러분들께 한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은 하나의 완벽한 드라마이다.’ 라는 주제를 가지고 엮어낸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책입니다. 여러분은 ‘스티브 잡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십니까? i Pod을 만든 애플의 최고경영자? 다양한 아이콘들이 그를 연상케 합니다. 스티브 잡스에 관한 이야깃거리를 골라보자면 최근에 비즈니스 위크가 실시한 ‘가장 닮고 싶은 CEO는 누구인가’라는 온라인 투표를 들 수 있습니다.

그 투표의 전체 표 중 절반이상이 스티브 잡스를 선택했습니다. 그가 제너럴 일렉트로닉사의 잭 웰치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이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사업에 있어서의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비즈니스의 전통적인 방식을 깨고 기존의 것보다 항상 나은 무언가를 제시한다는 점에 사람들은 열광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책 내용을 좀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우선 이런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여러분에게 ‘백만대가 팔린 제품의 성과를 딜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라는 주제를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단 한 장 안에 표현하라는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 과제에는 여러가지의 답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매주 마다 제품이 팔린 양에 대한 통계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앙케이트 조사를 활용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그런 복잡한 기술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1 Million. 그의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에는 이 단어만이 적혀 있었습니다. 단지 이 한 단어만으로 잡스는 모든 것을 설명해냅니다. 어려운 통계 숫자, 글씨가 가득한 앙케이트 조사보다도 청중의 입장에서 듣고 싶은 답 하나만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높은 가독성과 주의집중, 강렬한 인상을 단 한 장의 슬라이드로 얻어낸 것입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면 그만의 또다른 기술인 3 step이 있습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3이란 숫자에 익숙합니다. 삼세번, 5판 3선승제, 올림픽에서의 금, 은, 동메달…. 잡스는 이런 것을 잘 잡아내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3막으로 이뤄지며 슬라이드 한 장에 3개 이상의 내용은 넣지 않습니다.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개요, 세부화, 요약의 형식을 거치면서 설명합니다.

책에 의하면 전세계에서는 매일 3천만 건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이 이 글을 읽으시는 순간에도 누군가는 청중들의, 잘못된 점을 잡아내기 위한 날카로운 시선 혹은 냉담하고 무관심한 반응들과 인내해가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프레젠테이션은 최종적으로는 경쟁적인 형태로 이뤄집니다. 많은 프레젠테이션 중 선택받는 프레젠테이션은 오직 하나입니다. ‘The winner takes it all The loser has to fail’. 대학교 과제로서의 프레젠테이션의 경우 승자는 장학금을 거머쥘 것이고, 패자는 학기말에 홈페이지에 뜨는 참담한 성적에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눌러야 할지도 모르겠지요. 다들 알고 계셨던 사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수업과제로 제출하는, 학점이 걸린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런 과감한 모험을 하기는 조금 힘겨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필자는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스티브잡스와 같은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보고 싶습니다. 단지 과제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한번쯤은 ‘열정’을 담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분명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새로운 즐거움을 만끽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김준엽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