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벤츠를 비롯해 포르쉐, 폭스바겐, 아우디 등 세계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세단의 종주국이다. ‘이 시대 최고의 명차’를 생산한다고 자부하며 천하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쌍벽을 이루는 BMW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6년 바이에른의 중심지 뮌헨에서 항공기엔진 회사를 운영하던 ‘칼라프’, ‘막스 프리츠’, ‘카라프와 구스타프 오토’가 설립, 1917년 바이에리쉐 모토렌 베르케(Bayerishe Motoren Werke)라는 설비회사를 인수하면서 약자인 BMW로 불리기 시작했다.

1928년 이들은 영국 오스틴 세븐의 ‘딕시(Dixi)’사를 인수, ‘BMW 3/15’를 내놓은 뒤로 1932년까지 네 차례의 스타일 변경을 거치며 ‘DA 4’버전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BMW의 가장 획기적인 역사라 불리우는 6기통 차량의 시작은 1933년 베를린 모터쇼에서 ‘303’을 선보이면서다. 303은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콩팥 모양 그릴을 하고 있는데 이형상은 1931년 ‘일(Ihle)형제’가 처음 만든 것으로 이후 BMW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며 115km/h의 최고속도를 내는 319를 내놓으면서 100km/h의 벽을 무너뜨렸다.

1933년 이후, 독재자 히틀러가 추진한 경제 부흥 정책으로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더욱더 발전했다. BMW가 고급 세단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도약기로 접어든 BMW는 2차대전의 패전으로 인해 또 한번의 위기를 넘긴 뒤, 1951년 전후 첫 모델로 ‘501’을 발표, 패전으로 고통 받던 서독 국민에게 자동차 왕국이라는 자존심을 세워 주었다. BMW는 패전 후 오토바이 엔진을 얹어 ‘이제타’를 출시, 그 가운데에서도 ‘700’은 6년 동안 18만 대가 팔려 전쟁 후 어려움에 처해 있던 BMW를 오늘날 최고의 자동차 회사로 만들었다. 뮌헨올림픽이 열리던 1972년 BMW는 세계 시장을 노린 본격적인 ‘패밀리카 5시리즈’를 발표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이때부터를 BMW의 2세대라고 말한다.

‘BMW의 3시리즈’는 가장 기본모델로 1975년 데뷔, 두차례의 석유파동을 넘기는데 큰 역할을 했고 벤츠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랴부랴 소형차 ‘190시리즈’를 내놓을 정도로 위협적인 모델이었다. 특히 뛰어난 고속 주행 안정성과 경제성을 지닌 3시리즈는 고성능 콤팩트 설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BMW의 상징이 된 엠블럼은 당시 비행기의 프로펠러를, 파란색과 흰색은 본사가 있는 바이에른주를 상징한다. 알프스의 흰 눈과 바이에른의 푸른 하늘이 낳은 세계적인 명차 BMW는 날렵하고 경쾌한 모습에 안전한 성능을 더해 비즈니스맨, 변호사, 건축가, 디자이너 등 전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벤츠가 안전성을 으뜸으로 삼고 있다면, BMW는 무엇보다 기분 좋은 승차감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BMW는 스포츠카의 속도감을 내지만 전혀 불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성공 바탕에는 성능과 안전 제일주의가 깔려 있다. BMW는 현재 세계 120여 개국에서 16개의 생산공장과 1천여 개의 딜러를 운영하고 있다.

1994년 베른트 피세츠리더 회장이 취임한 이후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힘을 쏟고 있는 BMW는 같은해 영국의 로버를 인수하면서 생산규모가 100만대를 넘어섰고 그동안 BMW에 없었던 SUV를 갖게 되었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현대적인 BMW 디자인의 역사는 93년부터 수석 디자이너로 일해온 크리스 뱅글의 말처럼 ‘혁명적이기보다는 진화론적인 과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