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왠만한 논문표절은 논란거리도 되지 못한다. 그만큼 논문표절이 만연되었다는 뜻 일테고 또한 뚜렷한 근절대책을 내놓는 대학도 없다는 뜻 일테다. 논문표절은 그렇다 치고, 대학생들의 리포트 베껴쓰기는 더욱 심하다.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지난 1월 겨울 계절학기 수강생 80명을 대상으로 설문, 면담 조사를 실시한 결과 38%가 ‘표절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 리포트 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고 답한 학생도 25%에 달했다. 이런 결과가 비단 서울대만의 결과는 아니다. 요즘 대학생의 표절에 대한 의식수준과 실태를 대변해주는 결과다. 이런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대가 앞장섰다.

▲ 표절방지 강좌 첫 개설

황우석 사태 등 논문 조작 및 오류 시비를 겪은 서울대가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표절방지 및 연구윤리를 집중 교육하는 ‘진리탐구와 학문윤리’ 교양강좌를 시작했다. 이 강좌는 전공과 상관없이 과학연구윤리 개론을 소개한 뒤 국내외 연구윤리 위반사례를 스터디 하고 단과대별 특성에 맞는 표절과 연구윤리 교육 등으로 짜여졌다.

강좌는 1주일에 3시간씩 진행되며, 강좌는 학문윤리의 사회적 의미와 파급효과, 저작권이란 무엇인가(법과 윤리), 학부 학생이 알고 지켜야 할 학문 윤리, 올바른 스승과 제자 관계(자연과학), 패러디위작표절의 이해(예술분야), 학문윤리 위반 및 표절에 관한 케이스(모의연극) 순으로 진행된다. 지난 7일 첫 수업이 시작됐는데 수강정원 80명을 다 채우고도 계속해서 수강신청 문의가 들어올 정도로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전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윤리강좌는 없고, 석 박사 대상 연구윤리 강좌도 부족해 서울대의 이번 강좌 개설은 국내 대학에 연구 윤리 교육 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글쓰기 윤리지침’ 제정 추진

서울대는 한발 더 나아가 학생들의 보고서나 논문 작성 시에 표절을 막기 위한 ‘글쓰기 윤리지침’ 제정을 추진 중이다. 그간 학생들이 리포트를 베껴 제출하면 해당 수업에서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줘 왔지만 이에 앞서 학교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표절이 나쁘다는 윤리 의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음을 느낀 것이다. 지침에는 표절의 개념 정의, 표절을 판단하기 위한 세부 기준, 타인의 논문이나 저작물을 적법하게 인용하는 방법,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인용이 윤리적이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이 포함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글쓰기 윤리지침’에는 리포트 표절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학생들의 징계 절차도 고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리포트 표절에 관해 학교차원에서의 징계 절차는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도둑중에서 가장 나쁜 도둑이 남의 글과 시간을 훔치는 도둑이라고 한다. 우리도 그 중 하나에 포함되는지, 된다면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