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바 ‘위반의 욕망’에 관해서는 높은 억제선인 법적 금기가 있고 낮은 억제선인 도덕적 금기가 있다. 법은 사회적 금기를 위반하려는 욕망을 억제할 때 그 억제 강도나 단계에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잣대와 지수(指數)를 적시하고 강제한다.

이렇게 ‘도덕의 최대한’인 법은 한편으론 ‘도덕의 최소한’이다. 법은 그 범위나 영역에 있어 개인(욕망)에 대한 개입과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상은 폭정이나 혁명, 반란의 비상시기가 아닌 평화시기에 한해 맞는 말이다. 존 레논의 <Imagine>, 그리고 <거짓말>과 <올드보이> 의무 불이행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법의 논리와 지향은 일반민의 생활현실과 윤리·도덕관에 비해 더 엄격하다. 법은 그런 의미에서 보수적이고 계급적이며 성적 욕망의 작동·발산에 대해서는 좀더 보수적이다.

‘법조 3륜’이라 불리는 판관, 검찰관, 변호사가 그들의 출신성분과 재산·지위에 큰 상관없이 대체로 보수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는 민중을 향한 봉사정신에 비해 엘리트주의가 압도할 경우 자유, 평등, 박애 그리고 인권, 민주주의, 자연법의 정신·원리를 압박하려 든다. ‘보수꼴통’의 법의식 내지 전복된 정의관(觀), 퇴행적 도덕심 내지 뒤틀린 양심으로 귀착하기도 한다. 존 레논이 노랫말과 곡을 쓰고 직접 노래한 불멸의 히트넘버요 애청곡인 <Imagine>은, 종교·국가·소유가 없는 평화의 세상을 상상하고 그 실현을 위해 연대하고 싸우자며 법적 금기에 도전했다.

그래서일까? 70년대 반전 사상가요 행동주의자인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음모론이, 즉 CIA의 사주에 의한 암살설이 우세하다. SM(가피학음란증)적인 섹스와 청소년상대(남자성인/여고생 사이)의 섹스를 등장시킨 장정일의 소설 「내게 거짓말을 해봐」와 장선우의 각색영화 <거짓말>은 윤리적 금기에 도전함을 넘어 법적 금기에 도전함을 목표 삼았다. 그와 같은 ‘변태적’ 섹스를 주제로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소재 삼아서 가부장제, 성욕, 권태, 타나토스(죽음에의 충동·욕망)를 주제와 목적으로 한 일종의 관념소설, 관념영화를 지향했다. 두 매체 표현물의 작가와 감독은 각기 음란물 제조 및 배포의 죄로 피소되었다. 전자는 ‘감옥행’을 맞이하여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에 처해졌다. 후자는 일부 삭제 및 가림처리를 통해 상영허가와 불기소처분으로 결판났다.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도…” 그런데 법적 금기의 죄(crime)를 범한 자 중, 잔혹살인 및 집단살인은 물론 부녀자강간상해·아동성폭행 등의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도 우리는 흔히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표현한다. 사실판단이 아닌 가치판단이요 고색창연한 수사적 표현이긴 하지만, 감히 아무도 시비하지 못할 ‘사회보편적’ 규정이라 하겠다.

그런데 한국 현대역사에서, 그러한 ‘극악’범죄자들이 극형을 면한 경우가 허다한 반면, 남·북한 공히 양심범들 중에 간첩죄·내란음모죄 등의 누명을 쓰고 처형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위반의 욕망’에 관하여 사회적으로 낮은 억제선인 도덕적 금기의 죄(sin)를 범한 자로서, 가령 13세 이상의 청소년을 상대로 하여 ‘대가성 없는 화간(和姦)’이나 근친상간을 저지른 자 그리고 법망을 피하여 부모나 자식을 사실상 유기한 자 등에 대해서도 우리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며 같은 표현을 쓴다.

법적이지는 않은 문화적인 규정, 곧 사회문화적 및 윤리적 규정이라 하겠다. 참고로 청소년 관련법은 만 19세 미만의 자, 곧 만18세 이하인 자를 청소년으로 정의한다. 단, 그 해(새 해) 1월1일을 지나 만19세 직전에 있는 자는 만(滿)나이가 아닌 연(秊)나이를 적용하여 성인으로 본다. 그 해 생일을 맞이하기 전의 연 19세 겸 만18세 대학 1(2)학년생은 성인이란 얘기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범위를 좁혀서 법 집행자인 검·경찰과 판결자인 법원은, 만 13∼18세(연19세 제외) 청소년을 상대로 하여 위계(僞計) 또는 위력은커녕 대가성이 ‘없는’ 화간(당사자 합의 하의 ‘사랑’ 혹은 간음)을 행한 사람에 대해서도 처벌하려 한다.

강요는커녕 거래·조건 등 대가성이 전혀 없어도 법률행위무능력자 수준으로 보아 ‘의제강간’의 죄를 묻고 처벌할 수 있는 경우는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 추행의 죄’라 하여 형법 제305조가 특정한 13세 미만의 자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만13세 이상의 청소년을 상대로 PC방비 천 원, 극장표 한 장, 밥 한 끼 등 어떠한 혜택이라도 제공되었다면 법원은 그것을 빌미로 ‘반드시’ 상대 성인을 엮어 넣었다.

역대 판례가 그렇다. 박철수 감독, 서정 주연의 영화 <녹색 의자>(2003)는 바로 그러한 소재/실화를 다루었다. 박찬욱 각본·감독, 최민식·유지태 주연의 영화 <올드보이>(2003)에서는, 인류에게 수천 년 간 억압되어온 욕망이며 기본질서인 근친상간을 그린다. 작품 속 근친상간은 복수의 시발점이면서 복수의 방법론이 된다. 그것은 또 관객에겐 야릇한 쾌감과 해방감을 제공한다(대중적/상업적 소구력!).

영화는 발단이 되는 남매간의 그것에서 시작하여 복수의 업보를 지닌 자(오대수)의 부녀간 그것으로 종결된다. “아무리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라도 살아갈 권리는 있는 게 아닌가요”라며, 오대수는 처음에 모르고 한 ‘사랑’을 종국엔 알고서도 하겠노라는 그런 비극적 선택을 한다. (딸에겐 내막을 숨긴 채) 딸과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가겠다는 참으로 비윤리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은 이상한 결말이 영화의 진짜 반전인데 관객의 아마도 열 중 일고여덟은 이 점을, 그러니까 최면 치료의 과정과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곽영진  dkdds@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