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오후 4시경 3열람실에서...

시간이,
봄바람에 바람개비 돌아가듯 야속하게 흘러갑니다.
엊그제 새내기들이 입학식을 가진 것 같은데 벌써 중간고사
기간이 된 것을 보니 벌써 한학기의 반 바퀴를 돈 셈입니다.
대면식, 환영식, 학년 MT, 학과 MT
오지랖도 넓게 다 따라다니다 보니 이렇게 되었지요.
시험이 끝나면 또 축제다 체육대회다 한바탕 판이 벌어질 테고
ꁔ공자님도~ 예수님도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차차차ꁖ
라는 노랫 가사처럼 그 판에 한발 담그다 보면
어느새 기말고사가 눈앞에 서서 빙긋 웃고 있겠지요.
총 열아홉 학점에 과목 수는 일곱,
수업은 몇 번 안한 것 같은데 시험범위를 들춰보니
허거덕… ….

수업으로만 치자면 등록금이야말로 저효율 고비용의 전형이지만
그래도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싸돌아다닌 원죄가 있으니 어쩝니까.
도서관에서 쓰러져 잠이 들더라도,
셔틀을 탔다 깜박 잠들어 오리역 갔다 ‘뒤빠꾸’로 학교로 돌아오더라도,
강의실에서 책상물림 흉내 좀 내보려고 늦게까지 비비적대다
경비아저씨한테 쫒겨 나더라도
지금은 되든 안 되든 열공 할 때이지요.
누군가는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는 책도 냈더만
저는 공부가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요?
하긴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알고’,
‘도둑질도 해본 사람이 또 한다’고 공부도 계속 해온 사람에게
쉬운 것이겠지요.

막상 공부를 해 보려고 하니
도대체 공부가 뭘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 오르는거 있죠.
이러니 공부가 되겠습니까.
우리 부모님은 늘 ‘공부해서 남 주지 않는다’고 말씀하십니다.
덧붙여 ‘공부는 한 만큼 반드시 보답한다’고도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공부라는 것이야 말로 남을 주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닐까요.
물론 언젠가 한번은 부모님이 하도 그 말씀을 달고 사시기에
객기로,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공부는 남 주기 위해 해야 되는 것’이라고
입바른 소리했다 본전도 못 건진 적이 있었지만요.

하지만 이후로도 저는 공부 좀 해 보려 하면
늘 ‘도대체 공부가 뭐길래’라는 의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공부를 많이 하신, 소위 가방 끈 엄청 긴 어르신네들이
자신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왕후장상 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주변을, 이웃을, 사회를, 국가를
이롭게 하시는 분들이 몇 분이나 계실까요?
교육열로 치자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마치 공부 못해 죽은 귀신만이 사는 나라처럼
걸음마도 시원치 않은 꼬맹이에게 연필부터 쥐어주고
미친 듯이 공부시키는 대한민국의 오늘은 왜 이럴까요?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데 말이죠.

어느 선배 왈(曰),
사년간 죽자 사자 공부해서 겨우 취업했더니
상사로부터 들려오는 말은 ‘너 뭐 배웠냐’라덥니다.
그 말 듣고 나니 꼭지가 두 바퀴 반쯤은 돌더랍니다.
뚜껑이 열려 덜커덩거리고,
애사심이고 나발이고 없어지더랍니다.
그러면서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먹고살려면
공부는 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공부에 스트레스 받고, 공부에 울고, 공부에 분노하고,
공부에 좌절하는 오늘의 청춘들.

그래서 저는 오늘 쐬주 한잔 꺾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보기로 했답니다.
공부가 뭔지, 공부를 왜 하는지, 뭘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부터
답을 찾아내고 길을 정하려 합니다.
그냥 해야 하는 공부는
이제부터 안 하렵니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절대 비밀이고요.

유현수 기자  irene012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