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타고 나왔던 검은색 모터사이클을 기억하는가? 위압적인 큰 몸체에 고동치는 듯한 엔진음,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마초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는 파워 넘치는 주행. 전 세계 남성들이 갈망해마지 않는 꿈과 자유의 상징이요, 또한 미국의 강력한 파워를 대변하는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바로 할리 데이비슨이다.

할리 데이비슨의 역사는 1903년 윌리엄 할리와 아서 데이비슨이 자신들의 이름을 따서 만든 최초의 모터사이클에서부터 시작됐다. 1907년 ‘할리 데이비슨 모터 컴퍼니’ 법인으로 거듭나면서 본격적으로 모터사이클 산업에 발을 들인 할리 데이비슨은 1000cc 이상의 고배기량 대형 고급 모터사이클에 집중하면서 감히 경쟁할 자가 없는 대형 모터사이클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부둥, 부두둥’ 하는 특유의 우렁찬 엔진음과 남성미 넘치는 스타일, 강력한 파워로 ‘모터사이클의 황제’로 군림하던 할리 데이비슨이지만 80년대 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한때 파산 위기에까지 몰리기도 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사업을 다시 중대형 모터사이클 시장에 집중시키고, 모터사이클의 디자인과 성능의 제고부터 시작해 경영, 마케팅 정책의 쇄신까지 심혈의 노력을 기울여 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모터사이클 업계의 왕좌를 탈환했다.

특히 이때의 재기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오늘날 할리 데이비슨을 단순한 모터사이클이 아닌 ‘꿈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게 한 ‘호그(H.O.G.: Harley Owners Group)’는 할리 데이비슨을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1983년 고객정책의 일환으로 조직된 할리 데이비슨 사용자 모임 ‘호그’는 설립 당해 3000명으로 시작해 84년 ‘H.O.G Rally’ 개최를 기해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85년에는 설립 2년 만에 회원수가 6만3000명으로 불어났으며, 2007년 기준으로 현재 전 세계 1300여개 챕터, 130만 명 이상이 ‘호그’에 소속되어 있다.

‘호그’ 한국 챕터는 지난 99년 300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1000명 이상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할리 데이비슨은 ‘호그’를 통해 전 세계 모든 할리 데이비슨 라이더들에게 ‘할리를 타는 사람들은 모두 친구이자 가족’이라는 동질감을 부여했으며,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할리 데이비슨이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올바른 모터사이클 문화 전파에 힘썼다.

또한, ‘호그’는 단순히 모터사이클 동호회에 그치지 않고 장학기금 조성, 정기 봉사활동 실시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라이더에 대한 인식은 물론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고객들을 한 가족으로 삼고 그들과의 ‘행복 만들기’에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할리 데이비슨은 어려움도 극복하고 지금과 같은 드림 브랜드(Dream Brand)로서의 위상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르자면 이것이 바로 ‘손님은 왕이다’ 정신의 이상적인 형태이며, 21세기 브랜드들이 자각해야할 휴먼 마케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봉석 기자  radenian@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