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대학교에 이런 것도 있어?
3년 전, 고3이었던 취재기자가 수시모집 적성검사를 보기 위해 한양대에 간 적이 있다. 지하철역을 빠져나와 캠퍼스 안쪽을 향하면서 눈에 띈 것은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숍, 미용실, 그밖에 이런저런 상점들로 가득한 커다란 건물이었다.

취재기자는 학교 앞에 들어선 상가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한양대 학생들을 위한 캠퍼스 시설 중 하나였다. 그뿐 아니라 캠퍼스 한가운데에는 ‘사자가 군것질 할 때’라는 이름의 미니스톱 편의점도 자리하고 있다. 취재기자는 이 때에도 ‘대학교 안에 이런 편의점도 있구나’하고 대충 넘겼지만, 대학 캠퍼스 내에 이러한 상점들이 있다는 것은 분명 미처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일부대학의 교내 상업시설 매장들.

캠퍼스 내에 상업시설들이 자리 잡은 것이 비단 한양대만의 일은 아니다. 실상 선구자격인 고려대는 물론이요, 최근 몇 년 동안 서울대, 이화여대, 서강대, 부산대 등 많은 대학들이 상업시설 유치에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명 ‘고엑스(고려대+코엑스)’라 불리는 고려대는 2004년부터 스타벅스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 버거킹, 파파이스, 카페소반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적극 유치해왔으며, 서울대 또한 자연과학대 연구동내 2층에 CJ 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와 비빔밥 전문점 '카페소반'이 입점했다. 연세대에는 그라지(Grazi) 커피숍이 들어서 있다.

최근 완공된 이화여대 ECC(Ewha Campus Center)는 지하 4층에 현재 교보문고, 캐논 출력실, 편의점 GS25, 강남의 유명 꽃매장 Soho&Noho, SKT World가 문을 열었고, 앞으로 다이어트 카페 닥터 로빈, 영화관 씨네큐브, 스타벅스, 피트니스 센터, 유명 베이커리 등이 속속 입점할 계획이다.

부산대는 아예 민간투자 사업협약을 맺고 상업시설을 짓고 있으며, 서강대도 삼성테스코와 협약을 맺고 캠퍼스 내에 대학 최초로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각 대학들은 캠퍼스 내 상업시설 유치를 통해 학생들의 생활의 편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상업화’ 추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화여대는 상업시설의 ECC 입주에 반대하며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는 등 대학 당국에의 항의가 계속되고 있으며, 가장 먼저 상업시설을 받아들였던 고려대는 학생들이 해당 업체가 입주한 건물의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했다. 효원이앤씨와 협약을 맺고 효원문화회관을 건립 중인 부산대도 상업화라는 쓴 소리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기업의 윈윈전략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이 상업시설 유치에 힘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재정 때문이다. 외부 업체에 시설을 대여해주고 수익금의 일부를 환원 받는 것은 물론, 부산대처럼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대신 캠퍼스 건물 신축 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서강대 또한 홈플러스 입점을 추진하는 대신 삼성테스코로부터 8000평 규모의 국제인문관과 개교 50주년 기념관 신축을 지원받는다. 등록금 외에 이렇다 할 재정 확보 수단이 없는 국내 대학들에게 대학 내 상업시설 유치는 새로운 활로인 셈이다.

대학 내에 점포를 내는 기업들 또한 소비가 왕성한 20대들로 가득한 소비시장을 손에 넣을 수 있으므로 당연히 손해 볼 것이 없는 거래다. 학교의 재정적 효과, 기업의 수익 확보라는 교집합이 있는 한 대학의 상업시설 유치는 더욱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