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축제는 놀자판이다?

“지역대학 축제가 ‘연예인 공연장’을 넘어 아예 ‘놀자판’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20일 한 지역신문은 ‘지역대학 축제 놀자판 전락’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해당 지역 대학들의 축제 실태를 비판했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먹고, 마시고, 노는 행사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해당 지역의 대학들만을 다뤘지만, 기사가 내포한 비판의 화살은 실상 전국의 모든 대학들을 향해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대학이 이런 비판을 피할 길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모두 하나 같이 똑같은 연예인 공연에(심지어 초대 게스트마저 비슷하다) 볼 것 없는 동아리 행사, 남는 것은 주점에서의 부어라 마셔라 뿐이다. 대학문화가 찬란하게 꽃피웠던 80년대에 비하면 부족하다 못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최근의 대학 축제는 주체인 대학생들에게조차 큰 의미를 갖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민과 함께한 죽전캠퍼스 축제현장 모습.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축제’는 체면치레일 뿐 속은 텅텅 비었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들은 이제 이런 ‘누명’을 벗기 위해 축제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놀고먹는 ‘그들만의 축제’는 이제 그만, 진정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축제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축제를 연 부산대는 첫날 학교 앞 대학로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정치문화제’를 열어 대학로를 찾은 시민들과 함께 사회 문제에 대한 공감을 나누는 한편 14일에는 배우 안석환 씨를 초청해 북한에 양묘장을 건립하기 위한 기금 모금 프리 허그 행사를 가졌다. 안석환 씨가 1명과 포옹할 때마다 후원업체가 나무 10그루를 지원하는 식으로 총 6150명이 참여했다. 21일부터 23일까지 축제를 연 부경대도 같은 취지의 프리 허그 행사를 가졌다.

대구산업정보대학은 축제 기간을 맞아 애완동물관리과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지난 15일~16일 무료 애견미용 및 건강검진 행사를 가졌으며, 19일부터 23일까지 축제를 연 신성대학은 축제 기간동안 치위생과 학생들의 스케일링, 자동차계열 학과의 자동차 경정비, 이미용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대구대는 20~22일 축제 기간 동안 장애인과 함께하는 활동보조 체험, 전통놀이 체험, 우리 농산물 비빔밥 만들기 등의 행사를 가졌으며, 21일부터 3일간 축제를 연 영남대는 특수체육교육과의 주도로 장애인 청소년 20명을 대학으로 초청해 함께 숙식을 하며 축제를 즐겼다.

오는 29일까지 축제를 여는 경성대는 학내 주점에서 판매되는 맥주 1병당 300원씩을 기금으로 적립해 어려운 이들을 돕는데 기부할 계획이며, 또한 부산 남구사회복지관과 함께 바자회도 열 예정이다.

역시 29일까지 축제를 여는 건양대는 ‘노(No) 알코올 축제’를 표방하며 학내 주점 개설을 금하고, 축제 기간 동안 대학주변 청소 및 생활쓰레기 수거 활동,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자 돕기 캠페인과 다문화가정 돕기 바자회, 논산지역 노인요양원 방문 봉사활동 등을 펼친다.

노력은 했다. 그 효과는?

여러 대학들이 축제 쇄신을 위한 크고 작은 노력들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과연 그 노력은 얼마만큼의 효과를 보았을까? 다른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축제를 내세웠던 우리대학 죽전캠퍼스의 사례를 보면 아직 충분치는 않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듯하다.

지난 21일부터 3일간 열린 축제는 이전 후 처음 갖는 것으로, 많은 지역주민들이 흥미를 보이며 캠퍼스를 찾았다. 축제를 기획한 총학생회는 에어바운스(공기 주입식 놀이기구)나 트램블링 같은 놀이기구를 설치해 ‘놀이동산처럼 재학생, 주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으며, 이는 실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주민들이 대다수였는데, 뜻하지 않게 이런 놀이기구들이 있어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동아리들도 예년에 비해 활발한 모습을 보였으며, 특히 캠퍼스를 찾은 지역주민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는 평이다.

여전히 많은 대학들이 손쉬운 연예인 초대 행사를 중심으로 축제를 꾸미고 있지만, 이런 대학 축제 쇄신의 흐름은 앞으로 보다 크고 넓게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