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앙솟대의 모습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 곳이 있다. 역사와 전통, 그곳만의 매력을 가진 곳을 찾아가 매력탐구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호에서는 150여 개의 골동품 상가가 밀집한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찾았다. 우리나라 골동품 상가의 3분의 1 정도가 밀집했다는 이곳에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찾아보았다. <편집자 주>

“예쁜 겉모습만 보고 사간 뒤 골동품만의 매력인 묵은 때를 보고 놀라는 손님도 다반사”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2번 출구 옆 쪽에 위치한 답십리 고미술상가 안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금 전까지 들리던 사람들의 시끌시끌 떠들던 소리, 자동차의 빵빵거리는 소리는 없어지고 100여 년 전 조선의 한가운데 서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맡았던, 생소했던 그 향기는 아마 100여 년 전 우리 선조들이 맡았던 냄새일 것이다.

건물 밖으로는 맷돌이 보였고, 석불, 석탑 등이 높게 서있었다. 무질서하게 붙어있는 후줄근한 간판과 불친절한 길 안내판에서는 그곳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1동부터 5동까지 모두 다섯 개 동으로 이루어져있다. 80년 대 중반부터 전통미술품이나 공예품을 취급하는 전문상가가 하나둘씩 이주해오면서 이 거리가 조성됐다. 현재 총 150여 개의 가게가 입주해 있다. 점포 수나 보유 물품 규모 면에서 국내 굴지의 ‘고미술품 전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고미술상가가 있는 이곳 답십리는 조선 초기 무학대사가 도읍지를 정하려고 이곳을 밟았다해서 ‘답심리’라고 불리다가, 동대문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왕십리를 본 따 ‘답십리’가 됐다고 한다.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는 100여 년 전 선조들이 쓰던 물건들과 그것을 참고로 만든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가게마다 도장, 절구, 뒤주, 고가구 등 전통 생활용품에서부터 고서화, 도자기, 석조물, 목각품 등의 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옛 시대의 멋과 맛이 있는 30여 만 점의 물건들이 빼곡하게 전시돼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모두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그림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여러 가지 물건을 사간 뒤 물건들을 믹스해서 작품을 그려내기도 하고, 건축하는 사람들은 디자인을 위해 물건을 그려가기도 한다. 얼마 전엔 서울시립대 학생들이 와서 고미술상가 내부를 상세하게 지도로 만들어가기도 했단다. 이곳에 방문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에 있는 물건들을 보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얻어간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고 상가 사람들은 말한다.

▲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그러나 요즘 이곳에 고민거리가 생겼다. 경기가 좋지 않아서 필수품이 아닌 고미술상가의 물건들이 잘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곳의 사람들은 선조들이 쓰던 물건들의 손때를 보며 앉아있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고 안정된다며 물건이 팔리는 것은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이곳에 있는 오리조각은 우리가 관광지에서 접할 수 있는 오리조각의 모양과 똑같이 생겼다. 그러나 오리조각의 전체적인 느낌과 눈에서는 관광지에서 만날 수 있는 공장표 오리조각들과는 급이 다른 운치가 느껴진다.

고가구에서 풍기는 목재 내음이 곳곳에서 눈과 발을 이끌었다. 깨진 기왓장이 한데모인 곳 뒤로 돌로 만든 작은 조각품들이 앙증맞게 자리했다. 판자로 이뤄진 궤와 기둥으로 이뤄진 장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고가구점에서는 친절하게 고가구에 대한 설명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궁금한 것을 물으면 대답해주는 상인들의 친절함 속에서 오래된 물건이 주는 훈훈함, 편안함이 주인인 그들의 속에 녹아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골동품 같은 흔적이 있고 인정이 있는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상인들은 아쉬운 점으로 오래 전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요즘 아파트의 기후와 맞지 않아 손상되는 점을 꼽았다. 옛날에는 흙집에서 사용할 물건을 만들었기 때문에 건조한 아파트의 기후와는 맞지 않는 목재를 사용했다. 그래서 종종 아파트에 사는 손님들이 사간 물건이 갈라진다며 화를 내며 다시 찾아오기도 한단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 중엔 순수하게 골동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아는 지인들의 집에서 여기 있는 물건들과 비슷한 고전적 물건들을 보고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란다. 고미술상가의 상인들은 물건을 마구 떠넘기려 하지도 않는다. 애정 가득한 눈으로 사람들의 손을 타고 전해지는 골동품을 어루만지고 보관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할 뿐이다.

배고팠던 시절, 개화기 시절, 전통은 잊을 수밖에 없었던 먹고 살고 적응하기에 바빴던 그 시절. 우리 것을 아낄 틈이 없었기에 찾아오는 이가 적은 것 같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이제 우리가 다양한 계층을 형성하고 우리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

고미술상가에서 파는 물건들은 선조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고쳐 놓은 것이기 때문에 내부는 과거에 사용하던 그대로의 상태, 달리 표현하자면 ‘더러운’ 상태로 있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고 예뻐서 물건을 사갔던 손님들이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이 넘게 사람들이 꾸준히 발길을 끊지 않은 것은 답십리 고미술상가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상가 속의 고요함이다. 진정한 골동품의 의미를 가진 골동품이 주는 편안함에서 오는 안정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발달된 도시인 서울 한복판 속 상가 틈에서 얻을 수 있는 운치 있는 고요함은 모든 잡념을 잊게 해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떠올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곳을 방문해 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곳이 꾸준히 사랑 받으며 언제고 찾아가면 선조들의 숨결과 도심 속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것이다. 지금은 골동품이 된 손때 묻은 그 언젠가의 그 누군가의 물건을 바라보며 아무 곳에서나 느낄 수 없는 세월과 사람의 흔적, 그리고 따스함과 설렘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심지환 기자 sjhspecial@dankook.ac.kr
김은희 기자 mamorikami@dankook.ac.kr

취재2팀  mamorikam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