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인방 정대영 대표

답십리고미술상가 2동에 위치한 고가구점 ‘동인방’의 대표 정대영 씨를 만났다. 정대영 대표는 『한국의 궤』(1993년), 『한국의 장』(2002년) 등 수많은 책을 펴낸 고가구 전문가다. 이곳에서 동인방을 연지 20여 년, 전통 고가구를 연구한 지는 34년이 됐다는 고미술상 정대영 대표에게 골동품의 매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답십리 고미술상가는 어떤 곳입니까.

서울의 어느 골동품거리처럼 따라가는 거리, 우하고 몰려다니는 거리에서는 골동품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없을 겁니다. 못 보거나 스쳐 지나가버리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그런 곳과는 달리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는 진정한 골동품의 멋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자기 시선이 머무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누구나 친절하게 답해줄 것입니다. 지(智)를 득하고 즐거움도 얻고 분야별로 다양하게 골동품의 매력을 맛보십시오. 학생들이 돈이 없는 것을 아는 만큼 모두들 무리하게 팔려고 유인하지 않을 것입니다. 노력함에 따라 머리에 무언가를 둘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곳은 충분히 노력해볼만한 의미가 있는 거리입니다.

▲오랜 세월동안 골동품을 연구하고 계시는데 골동품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 중 고가구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골동품의 매력을 표현하는 것은 기체를 액체나 고체 같은 것으로 보여 달라는 것과 같습니다. 단적으로 이야기하기가 무척 어렵네요. 골동품 위로 손으로 싹 스치며 지나갈 때 물건이 주는, 그 물건이 풍기는 맛이 순간이지만 사람을 간지럽게 만들고 상쾌하게도 만들며, 또 뭉클하게도 만듭니다. 이것이 골동품의 맛이고 멋이고 매력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골동이란 것들을 나열하면 불상, 활자와 같은 청동, 석물과 같은 돌, 흙을 채취하고 이를 빚어 생활용품으로 쓰게 된 도자기, 글과 그림, 그리고 가구가 있습니다. 특히 고가구는 인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갖고 있지요. 버려지면 버려진 대로 그 상황을 표면에 표현하고, 사랑을 받으면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광채를 냅니다. 이런 면에서 가구의 미(美)를 느낄 수 있는 것이지요.

▲골동품을 어떠한 시각에서 보아야 할까요.

시대의 흐름과 민족성을 가진 것들을 보편적으로 유물이라고 말합니다. 국가에선 이 중 유일무이한 것을 국보로 지정하고, ‘유일’이라는 부분에서 부족한 것을 보물로 지정하지요. 여기서 사람들은 국보, 보물인 것만 소중하다는 인식에 사로잡히게 되고 골동품 같은 그 외의 것은 천시할 수 있게 됩니다. 아까워하지 않고 귀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의 것인 골동품에 더욱 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골동품에는 사용한 사람들의 흔적이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오래되고 상태가 좋은 것만이 값비싼 골동품으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일단 오래됐다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고가구의 경우 상업이 발달되기 전에 만들어진 것이 특히 중요한데 그 시기가 나라마다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반사회가 무너진 고종 이전 즉 150여 년 전이, 중국의 경우 명나라 멸망 이전이, 유럽은 분업화를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 이전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진정한 ‘오래된’ 시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지요. 정권탈취, 임진왜란, 노·소론간의 당파싸움, 병자호란 등으로 인해 조선의 유물이 남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피폐한 땅에서 문화는 나올 수 없거든요. 때문에 남은 것은 너무나 귀하고 양도 적으며 상처를 갖고 있지요. 요즘 사람들은 오래됐으면서도 온전한 것을 찾는데 설명했듯 오래될수록 흔적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골동품의 의미는 보지 못하고 돈에만 집중해 모순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거지요.

▲특히 애착이 가는 고가구가 있으신지요.

제가 소서(巢書)라고 명명한 책장이 있습니다. 둥지 소(巢), 글 서(書). ‘글의 둥지’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지요. 찬란하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은은한 매력이 있는 책장입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정감이 있는 물건이지요. 이런 점에서 저는 현대미술을 못 좇아가는 듯합니다. 작품보다 해설이 화려한 느낌이 들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언가가 없는 것 같습니다. 골동품처럼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진정한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銀>

김은희 기자  mamorikam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