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어느 분의 이야기다. 러시아를 이웃집같이 드나드는 분이다. 거기에서 농업분야의 학위도 받았다. 농업경영분야의 잡지를 내고 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일까. 몇 해전부터 아들이 연해주에서 유학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자취방에 남한의 친구들은 물론이려니와 심심찮게 북에서 온 유학생이거나 외화벌이꾼으로 나와있는 청년들이 찾아온단다. 늘 라면이 인기란다. 아버지는 넉넉지는 않아도 아끼지 말고 나누고, 받아들이라고 타이른단다. 얼마전 만났을 때 그분은 아들에게 작심하고 한 말을 들려주었다. “네 장래는 너에게 달렸다. 네가 원하면 러시아 처녀하고 결혼해도 좋다. 새로운 한·러의 조상이 되어 드넓은 지평선의 개척자가 되어라”고 했단다. 그 분의 한결같은 주장은 우리 남북의 현실적인 문제는 에너지와 식량이고 이 해결의 열쇠가 바로 연해주이며 이미 우리 조상들이 개척의 피땀을 흘린 곳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토지관련법을 공포했다는데 재미있는 점은 ‘인접국가 국민은 토지를 매입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껄끄러운 중국,일본,미국,케나다 그리고 북한이 해당되는 것이다. 남한은 환영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한마디로 남한의 자본, 영농기술과 북의 노동력이 결합 진출한다면 금상천화격이다. 벼와 콩을 재배하여 벼는 북으로 보내고 유전자 조작되지 않은 콩은 남녘으로 가져온다면 쌀과 맛 바꿀 수 있는 것이다. 북의 형제들도 떳떳하게 거래하는 것이다.
여러해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나진선봉과 연해주 핫산역도 둘러 보았다. 나진항의 부둣가까지 러시아의 광궤 철로가 놓여있고 하싼역까지 북의 철로가 놓여있다. 광궤 중궤 네가닥의 철로가 놓여있다. 중국 격언에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굶지 않으나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치면 일생을 굶지 않으리라고 했다. 그러나 북녘은 큰 물난리로, 땔감을 얻기위한 남벌로, 야산의 농토개발로 또는 집단 농장체재등으로 피폐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긴급구호야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즉 스스로 자립하게 해야한다. 낚시터 없는 낚시도구와 기술이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바로 시베리아 가운데 연해주가 가장 살기 좋고 비옥한 땅이다. 165천Km2의 땅에 인구 3백만명도 살지 않는 이 광대한 연해주가 우리 모두의 희망의 땅이 아니겠는가. 러시아 정부도 환영하고 있단다. 이념적인 - ism들은 잠시 제쳐두고 남북의 젊은이들이 우선 이 지평선의 땅에 콩을 심어보라. 전라북도 만한 크기의 항카호수 곁의 비옥한 땅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린다. 이미 우리가 확보한 땅만도 수만 헥타르가 된다. 지금 그곳은 어떤가. 러시아 제국이 부동항을 찾아 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삼은 곳으로 극동함대의 본거지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주로 식민시켰지만 이제 우크라이나 공화국이 독립하며 부유해지면서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군이나 군수공장등의 폐쇄로 인구가 주는 반면 중국에서는 밀고 들어온다.
연해주의 우리민족은 여러 갈래다. 중앙아시아로 내몰렸던 노인들과 자손들중 고향으로 돌아오는 고려인(까레스키)과 사할린 등지에서 오는 이들, 중국 만주 지역에서 들어오는 조선족, 북한에서 오는 벌목공과 외화벌이꾼, 남한에서 오는 사람들이다. 다행한 일은 이들 사이에 뚜렷한 협력도 없지만 별 다툼도 없다. 다만 고려인들과 남한 사람들 사이엔 우호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 수도인 블라지부스똑은 아직도 전차가 구릉지대를 다니는 것이 인상적이고 라면과 초코파이 등 한국 식료품이 꽤나 많이 보급되고 있다.
남한만도 매년 30억불어치의 농산물을 미국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다. 장기간 수송등으로 방부제가 쓰여진 농산물이다. 남북과 관계가 좋은 러시아의 연해주 즉 기차로 연결되는 이곳이 우리에게 얼마나 기회의 땅이 되고 있지 않은가. 남과 북의 정부차원의 협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적인 흔히 정략적인 관계는 바람직하지 못하고 재벌식의 접근도 여러 번 실패하였다. 이제 순수한 민간주도형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제발 참견이나 덜하고 사람과 식량의 상통과 유통에 너그럽기만 바랄뿐이다.
북한도 이제 과감히 농민들을 연해주만이라도 이주 영농으로 정착케 했으면 한다. 우리도 여름농사철만이라도 함께 땀흘릴 청년들이 나서야겠다. 평화나 전쟁반대 구호만으론 북녘 형제들의 기아는 해결되지 않는다. 부디 친구 아들이 러시아 아가씨를 휘앙세로 맞아들이길 은근히 기대해 본다.

■약력
- 1967년 사제서품
- 1981년 서울 가톨릭 명동신협 초대·2대 이사장
- 1998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7지구장 겸 노원본당 주임신부
- 현재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서울 교구장 대리(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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