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월이 되면 한국이 월드컵행사를 치른지 일년이 된다. 월드컵출전이후 사상 처음으로 우리 국민에게 안겨준 16강, 8강, 4강 진출의 벅찬 감격은 IMF환난이후 상처받은 자존심을 회복하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갖게 하였으며, ‘대~한민국’을 외치며 열광하고 단결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 승리가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어 한국을 곧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 같은 월드컵이후 요란한 각종 대책들은 이미 아득한 기억으로 사라진 듯하다. 이를 혹자는 한국인의 냄비근성이라고 부른다. 이 양철냄비가 아궁이의 불이 서서히 달아올라 지속적으로 보온을 전해주는 우리 전통적인 가마솥과 온돌 같았으면 오직 좋으랴!
그 월드컵 경기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던 특징은 각국 축구팀의 경기의 득점결과가 기존 ranking에 따라 나타나지 않고 소위 이변이 속출하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현상은 이변이 아니고 글로벌·지식·정보화 경제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감하게 하는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지구촌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된다. 즉 정보통신의 발달과 이로 인한 세계화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세계 각국의 정보와 기술은 급속도로 전파되고 교류되는 현세에 있어서는 스포츠에 있어서도 평준화가 급속히 이루어져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치열한 경쟁의 시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이는 곧 한 국가가 그 소속된 국민의 승리하고자하는 정신과 그 의지에 따라서 그 결과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러한 승리가 있기까지 네델란드인 히딩크 감독의 역할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인의 관습화되고 타성화되어 있는 악습인 연공서열과 연고 등을 배제하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관찰한 능력과 잠재력 위주의 엄정한 평가를 거쳐 선수진을 선발하고 팀웍을 통해 그들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하게 함으로써 우리 팀을 강팀으로 끌어올린 그의 역할은 높이 사고 배워야 하겠다.

여기서 저는 경제학자로서 대학교육에 있어서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중요성에 대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현대사회에 있어서 경제성장의 동인은 인적자본 즉 국민의 자질에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인적자본이란 기계설비 등의 실물자본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교육이나 기능훈련 등으로 습득되어 인간에 체화되는 자본을 말한다. 최근의 경제성장모형을 살펴보면, 그 모형상에 있어서 경제성장의 요인을 종전에는 자본, 노동을 생산함수의 양대 투입요소로 한 지속적인 자본축적 그리고 외생적 기술진보로서 설명하여 왔는데, 이러한 모형은 각국의 경제성장률의 격차가 왜 크고 지속적인지에 대해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그 한계성을 드러내었다. 왜냐하면 모형상에 있어서 성장동인의 외생성과 수확체감의 법칙을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내생적 기술진보와 함께 인적자본이나 지식자본 등을 모형상의 중요 요소로 포함시켜 인적자본과 실물자본의 동시축적을 가정함으로써 자본의 한계생산성이 체감하지 않고 인적자본이 실물자본의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음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두 가지 자본이 갖는 경합성과 배제가능성 때문에 선진국에서 축적된 인적·물적자본의 후진국으로 유출이 억제되어 양국간의 지속적인 성장률 격차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형은 정보화·지식사회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그만큼 사람의 지식, 기술과 그를 위한 교육 및 그 집합체인 제도가 성장의 원동력으로서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할 점은 현 지식사회에 있어서 ‘지식(knowledge)’의 의미는 그 뜻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지식인이란 전통적으로 말 잘하고 글 잘 쓰는 다양한 폭넓은 지식을 갖춘 사람을 지칭했으나, 산업사회에 와서는 더 좋은 생산물, 생산공정 및 생산도구를 개발하는 지식으로 바뀌었고, 현대 정보화·지식사회에서의 지식은 정보를 이용하여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가능하게 하는 지식, 즉 지식 그 자체의 개선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하에서 우리 대학인으로서 대학교육의 문제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21세기의 이러한 급변하는 환경하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특히 전문성을 지향하는 대학교육에 있어서는 끊임없는 자기개발을 통한 경쟁력 있는 인적자본을 배출할 수 있는 강도높은 교육이 필요 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교수는 지속적인 수준높은 연구를 통한 논문발표와 이러한 토대 위해 작성되어 진행되는 체화된 질 높은 강의, 그리고 엄정한 성적평가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교수의 정년때 평가를 보면, 그가 재직시 어떤 보직을 거쳤느냐 관계, 언론계에서 얼마나 회자되느냐에 따라 평가되고 있는 듯하다. 무릇 대학교수는 학자로서 재직기간동안 얼마나 수준높은 연구업적을 쌓고 학문발전에 이바지했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니겠는가? 또한 학생은 기존의 점수따기 경쟁에서 탈피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학습을 통한 전공분야의 깊이 있는 사고와 분석능력을 배양하는데 부단한 노력이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현 시대에 필요로 하는 인적자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대학인의 이러한 점에서 절실한 의식의 전환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김성순(경상대학/경상학부/무역학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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