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차별하니 매출이 오른다?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시대에 이 무슨 해괴한 소리냐고 할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경제학에서는 벌써 수 십 년 전부터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리고 고객을 차별하는 수많은 사례가 아침마다 배달되는 조간에 거의 매일 실려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주요 경제원리들은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는 법률상의 법칙과는 달리 절대로 강제적이지 않다.
경제원리란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니라 시장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행동양식 속에 나타나있는 어떤 패턴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원리를 잘 이해하면 시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지혜를 쉽게 찾아낼 수가 있다.

고객차별보다는 가격차별이 더 정확한 용어지만 이를 굳이 구분할 이유는 없다.
경제학자들이 이 말을 만들어 내기 전에 이미 기업이나 상인들은 오래 전부터 고객을 차별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대다수 고객들은 자신이 차별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로 인해 기분이 상하는 일은 없었다. 만약 고객을 차별하는 일로 고객이 기분 상하기라도 한다면 매출증가는커녕 그 날로 문을 닫아야할게 아닌가. 고객을 차별하는 일은 백화점에서, 영화관에서, 미장원에서, 기차역에서 그리고 그밖에 수없이 많은 장소에서 끊임없이 고객차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고객차별의 비밀열쇠는 의의로 간단하다. 소득수준에 따라, 시간여유에 따라, 또 각양각색의 취향에 따라 고객들마다 같은 상품에 대해서 저마다 다르게 가지고 있는 가격탄력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도 웃고, 기업도 웃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이른바 윈-윈(win-win)게임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마 누구든지 집 옆의 비디오가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예컨대 빌려간 비디오를 오후6시 이전에 돌려주는 고객에게는 보너스 마일리지 점수를 준다던가, 컴퓨터를 이용하여 고객관리를 하고, 자주 오다 한동안 뜸한 손님들을 찾아내어 편지를 보내고 새로 출시한 비디오목록과 함께 50%할인쿠폰을 함께 보내는 등 경쟁상대에 있는 다른 비디오 가게가 하지 않는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하였더니 손님이 많이 몰려들었다고 비디오가게 주인 A씨는 힘주어 말한다. ‘꿩먹고 알먹고’란 말은 이런 일을 두고 한말인 것 같다.
PC를 이용하여 고객관리를 하니 손님주소는 물론 그 고객이 언제 무엇을 빌려갔는지를 손바닥처럼 훤하게 보이니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재촉하지 않아도 자기발로 빌리러 오는 고객과 미끼를 던지지 않으면 오지 않는 고객은 가격탄력성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고객을 차별하였더니 매출이 올라 대성공이었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극장에서 첫 회 입장객에게 관람표 할인 또는 조조할인 등 돈은 없지만 시간이 많은 그래서 가격을 낮추어주면 언제라도 달려갈 준비가 돼 있는 대학생 등과 백화점등 유통업체에서 한산한 시간대인 오전12시 이전에 오는 고객에게 10∼30% 할인판매 하는 등 가격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전략은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왔다.
이처럼 어떤 상품의 가격탄력성은 대체로 그 상품이 지닌 성질에 의해 결정되기는 하지만 같은 상품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팔고있는 상품에 대해 가격탄력성이 높은 고객과 낮은 고객을 구분할 수 있으면 영업전략은 차원이 달라진다. 고객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을 받는 이른바 가격차별은 파는 사람의 이익을 크게 올려준다. 인종차별과는 성질이 다른 차별이기 때문에 고객들이 싫어하지 않는다. 이처럼 가격차별은 조조할인이나 마일리지 서비스, 보상교환판매, 쿠폰 등 고객들이 알게 모르게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출현하고 있다.
<경상대학·경상학부·경제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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