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매일 아침 개장 시간에 상장 회사의 대표나 유명인사를 초빙해 종을 울린다. 때때로 외국의 원수가 초빙되기도 한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개혁과 개방으로 냉전체제 붕괴를 촉진시킨 고르바초프와 남아공의 흑백분리를 종식시키고 대통령이 되었던 만델라도 그 자리에서 종을 울렸다. 말하자면 아무나 초빙되는 자리가 아닌 것이다. 재작년 필자는 텔레비젼을 보다가 유명한 커피하우스인 스타벅스가 상장되는 날 사장인 하워드 슐츠가 종을 울리는 것을 본적 있다. 그 장면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미국을 실감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다방 내지는 커피전문점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것이다. 뉴욕증시는 수준 높고 엄격한 상장기준에 통과한 최고의 회사만이 진출할 수 있다. 게다가 상장기간 중 까다로운 증권거래소의 규제를 감수해야만 한다. 적당주의는 통하지 않는다. 아직 우리 나라 회사 중 어느 곳도 뉴욕증시에 주식이 상장된 적이 없다. 가장 우량은행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행과 포항제철, 한전 등이 뉴욕증시에 상장되어 있지만 주식과 좀 다르다. 이들 회사가 상장한 것은 주식예탁증서(Depositary Receipt)이다. 주식예탁증서는 주식과 일정한 교환비율(예를 들면 1대4)을 가지는 대용증서이다. 물론 이들 회사가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나 뉴욕증시가 직접 상장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들은 세상을 지배하는 미국의 가장 우량 기업들이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14억주가 거래되고 이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48조원정도 된다. 가장 덩치가 큰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인데 그 가치는 올해 4월말 기준으로 2,943억 달러이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353조원 정도가 된다. 353조원이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 대강이나마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나라의 주식시장과 비교하는 것이다. 올해 4월말 기준으로 여의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680개 회사의 주식을 모두 합하면 242조원이 된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가장 좋은 회사 680개를 모두 합한 것의 가치는 미국에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뉴욕증시에서 다섯 번째로 큰 회사인 시티그룹과 비슷하다. 슬픈 사실이지만 미국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너무 작다고 할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주로 상장회사의 주식이 거래되지만 외국 회사가 발행한 주식예탁증서, 채권, 상장지수펀드, 투자신탁펀드 등도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 때는 주식을 기초자산으로한 옵션(주식옵션)도 상장된 적이 있다.

그런데 뉴욕증시라고 하면 대부분 뉴욕증권거래소를 떠올리지만 뉴욕에는 증권거래소가 하나 더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직선 거리로 불과 200미터 남짓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또 다른 뉴욕증시는 아메리칸증권거래소이다. 펀드를 포함하여 799개의 회사가 상장된 주식의 일평균 거래량은 1억주도 안된다. 한국증권거래소의 거래량보다도 적다. 원래 아메리칸증권거래소는 길거리에서 장외주식을 거래하던 증권업자들이 모여서 설립했다. 근처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가 우량기업 중심으로 상장한데 비해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기업을 상장시키면서 나름대로의 발전을 도모하였다. 그러나 주식만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경쟁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다른 경쟁자인 나스닥시장이 강력하게 부상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증권시장은 대별하여 우량주식은 뉴욕증권거래소가 중소형 주식은 나스닥시장이 분할해왔다. 이런 와중에서 아메리칸증권거래소가 선택한 것이 파생상품이다. 따라서 아메리칸증권거래소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파생상품이 거래된다. 나스닥100 지수옵션 등 수십 종류의 주가지수옵션과 마이크로소프트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하는 수백가지 주식옵션은 아메리칸증권거래소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파생상품이다. 그 외 각국의 통화 및 주가지수와 연계된 복합파생상품은 개별 수요자의 편이성에 특화되어 거래되는 상품으로 아메리칸증권거래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파생상품에서도 여러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다. 시카고옵션거래소가 파생상품쪽에서 강자로 부상하였으며, 결국 몇 년전에 아메리칸증권거래소는 나스닥에 합병되어 새로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주식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생존과 발전을 모색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
87 법학 졸> choica@k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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