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회에서 이어짐」
중국의 운강(雲崗)이나 용문(龍門), 그리고 막고굴(莫高窟)같은 석굴사원들을 보면, 어떤 공간들은 마치 대불상(大佛像)을 위한 수납공간처럼 보이는 데, <다다익선>의 경우가 바로 그렇다. 이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공동(空洞)같은 코어램프에 가득 차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기존의 미술계에서 불만이 없을 리 없다. ‘이처럼 중요한 장소를 특정 작품이 반영구적으로 독점해도 되는가?’하는 것이다. 아직 이런 볼멘 소리가 표면화된 적은 없지만, 필자의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도대체 이 작품은 언제까지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인가?’
<다다익선>이 처음으로 설치될 즈음(1988), 관계자들은 작품의 설치기간을 10여년으로 생각했었다. ‘장소의 독점’이라는 문제도 그렇지만, 오래돼서 모니터 등이 고장나면 원형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고, 그때쯤이면 같은 모델의 제품은 이미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술관 측도 그동안 ‘다른 방도가 없을까’ 하고 여러모로 고심해 왔었고, 한 때는 이 공간의 연출에 대한 모종의 변형이 고려된 적도 있었으나, 이렇다할 결론이 나지 않은 채, 15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런데 최근에 이 작품이 리모델링을 거쳐 ‘다다익선 21‘로 다시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고지원과 관련기업의 협찬으로 1003대의 모니터를 전부 최신모델로 교체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예 눌러앉을(?) 작정인지, 여분으로 수백대의 모니터를 미래의 고장에 대비해서 보관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앞으로도 최소한 2-30년은 더 이 자리의 주인노릇을 하게 될 모양이다.
또 이러한 ‘비디오설치작품 리모델링’의 선례를 공부하기 위하여 세계 각지의 미술관들로부터 견학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7-80년대를 풍미하였던 비디오아트, 그 대표작들을 껴안고 있는 세계의 유명미술관들이 ‘전자제품으로 구성된 미술작품의 보존’이라는 초유의 과제에 당황해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들도 ‘보존이냐 보완이냐’의 원론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개/보수의 적정선은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하는 중인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의 과감한(?) 행동이 시선을 끌 수밖에 없고, 좋은 연구대상일 것이다.
그러나 원래 비디오 설치작업은 다른 미술작품과 달리 영구보존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리모델링은 ‘작품의 용도폐기‘를 일시적으로 유보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형태의 예술에서 진실로 중요한 것은 소통과 문화적 행동의 문제이다. 그러기에 미술관은 과거의 끝자락을 붙들고 늘어지기 보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자신의 역할을 찾아내고 새로운 행동을 기획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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