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선물거래소는 1570년의 런던 로열증권거래소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거래소는 뉴욕에 있지만 역시 대표적인 선물·옵션거래소는 시카고에 몰려 있다. 시카고에 몰려있는 선물거래소는 시카고상업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 시카고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가 있고, 옵션거래소로는 시카고옵션거래소(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가 있다. 시카고에는 이들 외에 2002년부터 거래되기 시작한 개별 주식에 대한 선물거래소인 원시카고(OneChicago)가 있는가 하면 주식거래소인 시카고증권거래소도 있다. 그러면 과연 뉴욕에는 선물·옵션거래소가 있을까? 뉴욕에는 뉴욕상업거래소가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는 원유, 천연가스, 금, 구리 등 원자재에 대한 선물·옵션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원유가격 급등시 우리 나라의 뉴스에서 자주 인용되는 북해산 브렌트유가 이곳에서 거래된다.
<사진:시카고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곡창지대로, 물류의 중심지로 발달함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인 선물·옵션 거래소가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왜 주식거래는 뉴욕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선물·옵션 거래는 시카고에서 많이 될까? 뉴욕은 전통적으로 미국의 중심적인 상업지역이고 그 배경으로 주식회사가 자본을 조달하기 쉬운 곳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증권거래소를 뉴욕에 세운 것은 주식을 거래하는 브로커나 투자자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미국 최초의 증권거래소는 독립운동의 발상지인 필라델피아에 설립되었다. 그러나 상업의 중심지가 뉴욕이 되면서 뉴욕증권거래소가 가장 발전한 것이다. 반면 시카고는 미국 중서부 지역의 넓은 곡창지대를 배경으로 가진 곡물을 비롯한 상품 운송과 배송, 말하자면 물류의 중심지로 발전한 곳이다. 미국에서 선물거래가 가장 먼저 이루어진 상품은 콩이다. 그리고 선물거래는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 선물, 즉 상품선물로부터 시작되었다. 또한 상품선물은 최종 거래일 이후 실제로 콩, 금속 등이 매도자로부터 매수자에게로 인도된다. 주식처럼 돈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물건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시카고는 이러한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곳이었다.
선물거래가 최초로 이루어진 거래소는 1570년에 설립된 런던의 로열증권거래소이고, 나중에 이곳은 런던상품거래소로 바뀌었다. 미국의 시카고상품거래소(CBOT)는 1848년에 설립되었다. 1841년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농산물 중개인인 W. I. 화이팅과 전직 엘리베이터 수리공인 토머스 리치먼드가 함께 만든 비공식 클럽에 불과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농산물, 돼지고기, 목재 등의 표준화 기준을 확립하고 회원들에게 가격동향을 전보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의 시카고상품거래소가 된 것이다. 시카고에 위치한 또 하나의 선물거래소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는 1874년에 시카고농산물거래소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1898년 시카고농산물거래소는 “시카고 버터 및 계란 거래소”라는 좀 우스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주된 거래 품목이 버터와 계란이었기 때문이다. 통화선물시장의 메카로서 시카고상업거래소라는 이름은 1919년에 붙여진 것이다. 1973년 고정환율제도에 의한 브레튼우즈체제에 이어 스미소니언체제까지 붕괴되었고, 그 직전 해 5월 16일은 최초의 금융선물인 통화선물이 시카고상업거래소에서 시작된 날이다. 그 유명한 주가지수선물인 S&P500지수선물도 이곳에서 거래된다.
최초의 옵션거래에 대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까지 언급해야 하지만 본격적인 옵션거래는 17세기 덴마크의 튤립거래가 이야기된다. 당시 귀족사회의 신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튤립에 대한 선호가 가격변동을 야기시켰고 급기야 투기꾼까지 가세하면서 튤립시장은 붕괴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거래소에서 옵션이 거래된 것은 1973년 시카고옵션거래소가 설립되면서 부터이다. 처음에는 16개 주식에 대한 콜옵션만이 거래되었고, 풋옵션은 1977년에야 도입되었었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는 KOSPI200선물·옵션과 같은 품목인 미국의 주가지수선물과 옵션은 1982년과 1983년에 각각 다른 거래소에서 시작되었다. 미국 최초의 주가지수선물은 캔사스시티거래소에서 시작된 밸류라인지수선물이다. 1992년부터는 밸류라인지수옵션도 거래되고 있다. 최초의 주가지수옵션은 시카고옵션거래소에서 시작되었고, 대상품목은 S&P100지수이다. 부럽게도 미국을 비롯한 서구사회의 파생상품시장은 현실적인 필요하에 거래소와 시장참여자의 혁신이 더해지면서 발전되어 왔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
87 법학 졸> choica@ks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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