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백남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단순하면서 비디오영상의 철학적 문제의 핵심을 관통한 걸작이라고 할 만하며, 작가 자신이 부처처럼 앉아서 연출한 퍼포먼스도 있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이용한 것도 있는 등, 여러 가지 버전이 있다.
좌선을 하고 있는 부처의 모습이 비디오카메라에 의해 촬영되고, 그 영상이 마주 보고있는 모니터에 비추어진다. 말하자면 현실공간과 가상세계 속의 두 부처는 서로 `자기`를 보고 있는 셈이다. 그야말로 가상과 현실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상황. 또 사유(思惟)하는 불상이 바라보는 대상과, 그 `또 하나의 자기`가 마주보고 있는 `이쪽`은 원래 하나이다(不二). 이처럼 불교적 세계관이 확실하게 맞아떨어지는 작품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묘한 셋팅이다.
『장자』(莊子) <제물편(齊物篇)>에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는 우화가 있다.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깨어나서, `도대체 내가 장주로서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로서 장주가 된 꿈을 꾸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는 이야기이다. 이는 리얼리티의 본질을 그것을 의식하는 주체의 문제로 풀어본 이야기이겠으나, 역사적으로 보자면, 삶의 현실이 힘들고 고단할수록 현실과 꿈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백남준의 <비디오 부처>(1974)>

하지만 현대에는 유래 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음에도 `가상성`이나 `환각`이 실제를 능가하는 리얼리티를 획득하고 있으며, 가상과 현실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라는 용어가 그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원래 `가상`이란 이야기나 상상, 꿈속에 있었고, 늘 `현실`의 피안에 있었다. 즉 `가상`과 `현실`은 서로 반대말이므로 `가상현실`이란 말은 이를테면 "가짜진짜"이라는 의미의 당착어법이 되어 버린다.
<매트릭스>같은 영화가 일부 청소년들의 현실감각을 흔들어놓았다는 뉴스도 들려온다. 예를 들어 멀지 않은 미래에 주민등록번호나 성명, 혹은 유전자코드에 의하지 않고서는 데카르트적인 사유의 주체로서의 자기를 확인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종말론적인 폐허를 예감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명상의 주체는 `두 세계`에 존재하는 부처가 아니라, 오히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이며, 여기서 이처럼 모순된 상황에 처해 있는 스스로를 다시 객관화시켜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도 `실제`와 `가상` 또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고 그렇게 말하기를 고집하고 있지만, 그 차이는 급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 유전자 공학과 나노테크놀러지 등에 의해 자연과 인공은 점차 통합되고, 우리는 자연을 기술적인 개념 안에서 이해하려 하고 있으며, 가공된 것을 자연물처럼 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자연`이 바로 우리, 혹은 예술의 미래가 아닌가 생각된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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