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인간에게 손이 하나 더 있다면 어떻게 될까? 두 손으로 신문을 펴고 보면서 동시에 나머지 한 손으로 메모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여러 가지 행동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친 김에, 손이 열 개쯤 더 생겨서 인간이 마침내 천수관음(千手觀音)과 같은 모습이 된다면 초인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미디어에 의해 신체기능이 점점 확장되어 가는 작금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미래에 이와 유사한 일이 실현되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기계와 인간의 관계는 늘 흥미를 자아내는 주제이다. 기계는 도구로서 인간의 생활을 바꾸었고 세상을 보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인간의 인식 또한 변화시켰다. 그리고 인간의 기능이 바깥으로 연장되면서 신체의 공동화(空洞化)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호주의 예술가 스텔락(Stelarc)이다. 그에게 있어 신체는 이미 퇴화되어 가는 존재이며 인간에겐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80년대부터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 실험적인 작품과 파격적이고 대담한 퍼포먼스로 인간의 모습을 주로 표현하였던 그는 90년대 이래로 이와 같은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인간과 기계의 결합을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작품과 행위로서 표현하고 있다.
<제3의 손>은 그의 대표작의 하나이다. 로봇공학으로 만들어진 이 손은 오른팔에 달린 또 다른 오른팔로서의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데, 손가락의 움직임은 인간의 기능과 흡사하며 손목 관절은 290°정도 움직인다. 또 복부와 다리 근육의 전기적 활동기록(EMG: electromyograph)을 읽고 해석하여 움직이는 활성화된 기계로서 원격조작도 가능하다.
신체와 기계의 만남은 그 자체로서는 별로 놀랄만한 것은 아니다. ''''신체=기계''''의 발상은 20세기 초 미래파에서 이미 예술작품의 소재가 되어왔고 연극이나 무용과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계의 모습을 관객과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통하여 연출해 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2000년의 ''''서울국제행위예술제(SIPAF)''''에서 작가는 이것을 착용하고 관객에 의해 인터넷으로 원격조종되는 퍼포먼스(''''Zombies & Cyborgs'''')를 선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세 개의 손으로 동시에 세 가지 작업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뇌(腦)의 새로운 차원의 기능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 및 기계들은 점점 자동화되고 있으며 그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다. 또한 인공물을 조작하고있는 우리의 손도 기계적 움직임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기능을 확대(혹은 투영)시킨 기계, 그것과 결합된 신체, 또 그것을 제어하고있는 인간(혹은 뇌)의 또 다른 모습은 ''''생명''''을 신성하고 유일한 가치로 규정하고 그것에 대한 애정을 쏟아왔던 우리들에게 하나의 새로운 도전임에 틀림없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교수
이원곤